[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폰알못(핸드폰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아재 직원들은 이석구 대표이사를 만나면 '긴장'부터 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69학번으로 올해 70세가 된 이석구 대표는 스타벅스 내에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고 컴퓨터에도 능통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신 유행하는 모바일 서비스와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줄줄이 외우고 있는 탓에 스마트폰에 서툰 아재 직원들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 대표는 스타벅스코리아를 2007년부터 이끌면서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 1천억원을 돌파한 커피업계의 '레전드 중 레전드'로 불린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스타벅스는 업계 부동의 1등은 아니었다.
'콩다방'으로 불린 커피빈을 비롯해 카페베네 등 수많은 브랜드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며 경쟁하고 있었고 스타벅스는 미국에서 온(?) '별다방'에 불과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해외진출 모범 사례'로 칭송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너무나 많은 요인과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추구한 '친(親) 모바일 환경'과 '스마트폰 퍼스트' 정책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한다.
강력한 경쟁사였던 '콩다방'은 매장에 무료 와이파이(WiFi)를 설치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을 철저히 외면했었다. 반면 스타벅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고객들이 좀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편하게 이용하도록 ICT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것. 테이블에 노트북 콘센트를 마련한 것도 세심한 배려였다.
이런 노력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사이렌오더'로 그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14년 5월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자체 개발해 선보였던 사이렌오더는 모바일을 통해 스타벅스의 음료와 푸드 등을 편리하게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누구의 기획과 지시로 시작한 프로젝트였을까. 그렇다. 바로 이석구 대표가 직접 추진한 야심작이었던 것.
사이렌오더는 스마트폰에 친숙한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시작부터 초대박을 쳤다.
스타벅스에서는 하루 평균 8만건에 육박하는 7만8천건의 주문이 사이렌오더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일 평균 스타벅스 전체 주문건수 중 1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이용률은 급속히 증가해 지난 3월 4천만건 주문을 달성한 이후 불과 4개월만에 5천만건 주문을 달성했다.
물론 이석구 대표의 '모바일 퍼스트'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지난 6월 5일 국내 커피업계 최초이자 글로벌 스타벅스 최초로 일부 서울지역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마이 디티 패스(My DT Pass)'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객의 차량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해 주문과 결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모바일 서비스다.
이 역시 이석구 대표의 특별 지시로 이뤄진 서비스 개선으로 지난 8월 1일부터 전국 154개 모든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가능해졌다.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이석구 대표는 7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스마트폰과 모바일을 활용한 획기적인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폰알못' 아재 직원들은 여전히 이 대표를 만나면 속으로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늘 스타벅스의 새로운 서비스가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 대표의 이런 열정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