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정들었던 구로를 떠나 '홍대 시대'를 연다"
애경그룹이 40년 동안 있었던 구로를 떠나 홍대입구역 인근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항공과 유통, 숙박 등 계열사의 인프라를 총 집결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애경그룹은 또 앞으로 시장에 항공사 매물이 저가에 나오면 인수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2일 애경그룹은 이달 안에 본사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으로 이전하고 화학을 제외한 AK홀딩스와 애경산업 등 계열사들을 한 지붕 아래로 불러 모은다고 밝혔다. 애경그룹의 본사 이전은 1976년 구로에 처음 둥지를 튼 지 42년 만이다.
애경그룹은 지난 2014년 7월 복합개발사업 사업주관사로 선정된 후 1,640억원을 들여 복합역사(홍대 신사옥·마포애경타운)를 완공했다. 연면적 5만 3,909㎡에, 복합 시설동과 공공 업무 시설동 등으로 구성됐다.
계열사인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 호텔이 294실 규모로 신사옥 옆에 들어서고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판매 시설도 입주한다.
애경그룹이 공항철도가 지나는 홍대입구역에 신사옥과 호텔을 지은 것은 여행과 쇼핑, 생활 뷰티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항공을 타고 온 중국 관광객이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입구역에 내려 바로 호텔까지 들어가도록 하는 구상이 담겼다. 이는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애경그룹이 홍대입구역으로 신사옥을 이전하면서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채형석 시대'의 개막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생활 용품 기업으로만 생각됐던 애경그룹을 유통과 항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기업으로 만든 인물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력 계열사를 통해 애경그룹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었고, 지난해부터는 경영 개편에 나서는 등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리더십 덕분인지 3월 상장한 애경산업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매출은 1,69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8% 성장했다.
최근 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는 저가 항공사 제주항공도 엄청난 실적을 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영업 이익은 1천억원을 넘으며 지난해보다 73.4% 성장했고, 올해는 매출이 1조 3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애경그룹은 '요즘 대세' 제주항공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 저가 매물이 나오면 항공사 인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최근 저가 항공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있다"며 "인수·합병(M&A) 시장에 항공사 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따져보고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