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교모세포종'이 암 부위가 아닌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돌연변이가 시작돼 다른 부위로 확산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돌연변이가 암 부위가 아닌 암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교모세포종은 뇌압 상승으로 인한 두통과 뇌신경마비, 언어장애 등을 유발하고 환자 사망 위험이 높다.
이는 악성도에 따라 나눈 4개의 등급 중에서 최악인 4등급에 해당하며 종양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치명적이다.
이처럼 악명 높은 교모세포종의 발병 원인을 밝히고자 했던 연구팀은 종양의 발생 부위에 있을 것이라는 기존 학설과 달리 종양과 떨어진 '뇌실하영역'에 주목했다.
수술 이후에도 재발률이 높다는 점으로 미뤄 교모세포종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2013∼2017년 사이 수술을 한 뇌종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종양 조직 외에 수술 중 제거되는 종양 조직, 정상조직, 뇌실 주변 조직 등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시작이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실하영역에서 생긴 돌연변이 세포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한 후 교모세포종이 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불꽃놀이처럼 돌연변이 세포가 곳곳으로 퍼진 뒤 다른 부위에서 종양으로 진화한다"고 표현했다.
교모세포종 원인을 밝혀 낸 연구팀은 앞으로 돌연변이 세포가 교모세포종으로 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이주호 박사가 1 저자로 참여한 해당 논문은 네이처(Nature) 1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