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친딸 죽였는데도 처벌 피한 중학생들에게 '에이즈 피' 먹여 직접 복수한 엄마

인사이트영화 '고백'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모든 이야기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담담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세상의 모든 것을 베어버릴 만큼.


눈빛은 오히려 살아있었다. 눈썹에는 조금도 떨림이 없었다. 그리고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그 날은 어느 중학교 1학년생들이 한 학년을 끝마치고 방학을 앞둔 날이었다. 고백의 주인공은 그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여교사였다.


여교사는 자신이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조용히 칠판에 명(命)이라는 한자를 적는다.


인사이트영화 '고백'


명(命). 생명. 그 글자는 모든 것을 품고 있고,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었다. 여교사에게도 그랬다.


조용해진 교실 안에서 여교사는 다시 침묵을 깼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어요. 저에게는 딸, 마나미가 있어요"


"나는 모든 애정을 마나미에게 쏟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마나미가 죽고 말았어요. 경찰은 그것이 사고라고 말했죠"


"하지만 진실은 밝혀졌어요. 내 딸은 누군가의 장난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끔찍한 진실이죠"


인사이트영화 '고백'


"마나미는 우리 반 학생에게 살해당했어요. 범인은 두 명. 어차피 경찰에 신고해도 소년법 때문에 보호처분을 받겠죠. 사실상 무죄에요"


"다만 한 가지, 교사는 학생을 바른길로 이끌 책임이 있어요"


"두 사람이 직접 죄를 인정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지요"


그 순간 여교사는 진정한 교사도, 한 아이의 엄마도 아니었다. 복수심에 불타 포효하는 한 마리의 짐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고백을 이어갔다.


인사이트영화 '고백'


"사실 아까 여러분이 마신 우유, 그중에서 범인의 우유에는 에이즈 환자의 피를 섞었어요"


"두 사람 다 남김없이 마셔줬죠. 고마워요"


"목숨의 무게를 느끼고 죄를 반성하기엔 충분할 거예요"


핏기없는 얼굴은 범인을 보며 웃고 있었다. "유익한 봄방학을 보내길 바라요"


일본의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湊 かなえ)의 2008년작 소설 '고백', 그것을 각색해 영화화한 작품의 줄거리다.


내용도 매우 충격적이지만, 해당 작품이 진정한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영화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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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영화 '고백'


정녕 소년법이 정당한가. 직접 행하는 복수가 정당한가. 과연 법은 공평한가.


수많은 물음표가 얽혀 있는 작품 속에서 우리는 답을 찾아 헤매고, 그 끝에 도달하는 순간 마지막 질문과 마주한다.


인간성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일본 영화감독 나카시마 테츠야(中島哲也)의 독특하고 강렬한 영화 문법이 더해져 작품은 꽃을 피웠다.


그 꽃처럼 우아한 복수. 여교사는 더운 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것이 바로 저의 복수입니다"


인사이트영화 '고백'


YouTube 'Tohno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