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엄마, 잘지냈어요? 저도 잘 있어요.
비록 저는 엄마 곁을 빨리 떠나게 됐지만 저로 새생명을 얻게 된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깐 탄휘도 언제나 엄마 곁에 있는거예요"
뇌사판정 받은 뒤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그동안 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들은 새생명을 얻게 된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냐면서 언제나 엄마 곁에 있는거라고,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마시라고 엄마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위로했다.
외국계 보험회사 AIA생명은 지난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가족들의 슬픔 흔적을 치유하기 위한 프로젝트 영상 한 편을 게재했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인 '외상 후 애도 증후군'을 치유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순직한 동해 해경의 미망인과 장기기증 사망자의 어머니,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연 속 주인공들은 생각지도 못한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은 당시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까지 극심한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마지막 인사로 전하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아 가슴 아파했다.
AIA생명은 사연 속 주인공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김동철 심리학 박사와 협업을 통해 4주간의 심리치료를 제공했다.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인공들은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직접 낭독함으로써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뇌사판정으로 장기기증한 뒤 세상을 떠난 고(故) 김탄휘 학생 엄마 용선주 씨는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들 김탄휘 군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써서 낭독했다.
"탄휘아, 너의 생명을 나눌 수 있었다는게,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니... 우리 아들 정말 대견해"
그렇게 못다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전하는 동안 한통의 전화가 엄마에게 걸려왔다. 다름아닌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 김탄휘 군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김탄휘 군은 "엄마, 잘지냈어요? 저도 잘 있어요"라며 "엄마 곁을 빨리 떠나게 됐지만 저로 새생명을 얻게 된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라고 엄마를 위로했다.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영상편지에 엄마 용선주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사실 엄마에게 걸려온 영상은 최첨단 이미지 복원 및 음성합성기술을 활용해 만든 것이었다.
AIA생명은 이별한 가족으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도록 최첨단 이미지 복원과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고인의 목소리를 구현, 하늘에 있는 가족과 마지막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족들에게 선사했다.
덕분에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엄마는, 순직한 동해 해경의 미망인 아내는,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는 그렇게 아픔을 보다듬을 수 있었다.
차태진 AIA생명 대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낸 분들께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느끼고,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록 영상이 공개된지 7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뇌사판정' 받은 뒤 3명에게 새생명 주고 하늘나라 떠난 아들이 보내온 영상편지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