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직장인 대나무숲 '블라인드'에 성추행·비리 폭로돼 '개망신' 당한 대기업 6

인사이트(좌) Instagram 'apieu_cosmetics' / (우) 두산인프라코어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권력과 자본을 양손에 쥐고 인형을 조종하는 이는 '갑'이요, 그 힘의 끝에 달린 실에 매여 터럭 한 올까지 조아리는 이는 '을'이다.


개인인 을은 힘이 없지만 이들이 무리를 이루면 목소리에 힘이 생긴다. 이 힘에 날개를 달아준 플랫폼이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이라 불리는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다.


입이 여럿이면 쇠도 녹인다고 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거진 대기업의 '갑질' 논란은 블라인드를 통해 공론화되고 온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야말로 재벌들에겐 '저승사자'보다 무섭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부터 국내 유수 기업들의 '미투 운동'까지. 블라인드 폭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기업 6곳을 모아봤다.


1. 스타벅스


인사이트(좌) 블라인드 앱 / (우) gettyimagesBank


지난 2015년 발생한 일명 스타벅스 '별거지' 사건이다. 다른 폭로사례와 다르게 블라인드 앱 내에서 직원(파트너)들이 나눈 '고객 뒷담화'가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파트너들은 '별거지', '텀거지' 등의 용어를 사용하거나 욕설을 섞어가며 고객에 대한 험담을 늘어놨고 6만여명이 넘는 '스타벅스 가십' 카페 회원들을 비하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 코리아는 카페 측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단골 고객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2차 사과를 요구했다.


2. 두산인프라코어


인사이트(좌) 두산 TVCF / (우) 블라인드 앱


지난 2015년 '신입사원 명예퇴직' 사건으로 불거진 두산인프라코어 구조조정도 블라인드 게시판을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게시판에는 "주로 사원·대리급이 해고된다", "부서별로 40~70%까지 해고를 당하고 있다"는 증언과 폭언과 협박으로 희망 퇴직을 강요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 퇴직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신입사원까지 희망 퇴직 대상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3. 어퓨


인사이트블라인드 앱


지난 2월 28일 블라인드에는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 '어퓨' 간부 A씨가 여직원들을 수시로 성추행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익명 제보자 B씨는 "회사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비디오 볼 때 '저거 다 내 얘긴데'하던 사람이다"면서 "술자리에서 툭하면 껴안고 나이트에서 여직원이랑 블루스를 췄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노골적인 몸매 평가나 술자리 면접 등과 관련된 일화가 공개됐고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4. 대한항공


인사이트뉴스1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사건도 블라인드 앱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또 '물벼락 갑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만행도 블라인드를 통해 그 실체가 밝혀졌고, 이후 게시판에는 한진그룹의 각종 비리 폭로전이 이어졌다.


수많은 직원들이 밝힌 의혹들이 계기가 돼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일제히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쯤되면 블라인드는 대한항공의 '무덤'이나 마찬가지다.


5. LS산전


인사이트(좌) LS그룹 / (우) 블라인드 앱


지난 5월경 LS산전의 산업자동화 해외사업부에 재직 중인 임원 A씨가 직원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했다는 글이 블라인드에 게재됐다.


글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직원들에게 폭언과 막말을 일삼고, 여직원들에게는 "살 좀 빼 지방덩어리야", "걔는 가슴 좀 있더라, 너는 뭐냐?", "일주일에 남편이랑 몇 번 하냐" 등 성희롱성 발언을 자주했다.


이러한 미투 폭로 글은 여러 직원들이 올리며 힘을 얻었지만 가해자 A씨가 LS산전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이라 사측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6. 아시아나항공


인사이트JTBC


대한항공에 이어 또다른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갑질 사건도 블라인드 앱을 피해가지 못했다.


익명 여성 승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백허그 안 해주냐", "내가 하면 성희롱이니 누가 허그해주길 기다린다"는 발언 등을 했다.


이외에도 박 회장이 방문할 때마다 승무원 교육생들은 하트 세례, 율동 등을 하며 '환영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