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수제맥주에 푹 빠져 기숙사에서 몰래 맥주를 만들던 대학원생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브루펍(맥주를 판매하는 양조장)을 창업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생 박상재(30) 씨는 최근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해 매년 2천만원씩 5년간 총 1억원의 창업 장학금을 전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법한 젊은 청년이 기부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화려한 경력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박상재 대표는 지난 2017년 설립한 유기농 발효음료 제조업체 '부루구루(brewguru)' 대표다.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가 매일 마신다는 '콤부차(Kombucha)'를 개발한다.
샴페인과도 그 맛이 비슷한 콤부차는 유기농 녹차, 홍자 잎과 유기농 설탕을 첨가해 발효한 건강 탄산음료다.
아직은 생소한 콤부차 사업에 박 대표가 뛰어들게 된 건 남다른 '수제맥주' 사랑이 계기가 됐다.
카이스트 재학 시절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는 '홈브루잉(home brewing)'을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학업을 제쳐두고 맥주 양조 세계에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 때문에 기숙사에서 레시피를 보며 몰래 맥주를 빚다가 퇴소를 당할 뻔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수제맥주에 대한 애정은 곧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한 맥주 설비 연구로 이어졌다. 직접 맥주 숙성 기계(발효조)와 냉각기 등 장비를 만들며 진정한 '덕후'로 거듭났다.
부단한 연구와 노력 덕분인지 박 대표는 수제맥주 양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국내 대회에 출전 할 때마다 우승을 거머쥐자 업계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맥주 덕후'가 된 박 대표는 지난 2016년 국제 공인 맥주 소믈리에 김태경(39) 대표와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열며 결실을 맺었다.
2017년에는 세계 최대 맥주 양조대회인 NHC(Nationl Homebrew Competition)에서 사워 에일 부문에 참가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또 한번 그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고 tvN '수요미식회'에도 수제맥주 맛집으로 소개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맥주와 거의 똑같은 공정을 거치는 '콤부차'를 알게 된 박 대표는 콤부차 제조 전문가 Daniel Franshan과 부루구루를 세웠다.
작은 기숙사 방 한 켠에서 몰래 맥주를 만들던 대학원생은 이제 세계 최고의 양조 전문가로 거듭나 세상을 사로잡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