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당부하면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 문재인 대통령 주문에 화답할지 벌써부터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삼성이 고용은 물론 투자, 사회공헌 등 전방위에 걸쳐 종합 계획을 수립한 뒤 조만간 관련 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계에서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통큰 투자 계획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숨 죽인 듯 조용히 경영에 전념해온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기로 경영활동에 탄력 받기 위해 국내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은 유럽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 3차례의 해외 출장을 비공개로 다녀올 만큼 외부 공개 활동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 시간으로 지난 9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으로 공식 행보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 담당 부사장을 불러 가진 5분간의 면담에서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말에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한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대책 방안을 내놓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16조 8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구 인력을 3000명 증원하는 등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간 바 있다.
구체적인 안으로는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발굴을 위한 R&D 센터 추가 투자와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 전용 대규모 펀드 조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신규 고용의 경우 그룹 내 각 계열사별 채용 가능 인원수를 파악한 뒤 전체 채용 규모를 최종 확정짓고 협력사와의 상생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내부를 잘 알고 있는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의중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삼성이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투자를 파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12년간 삼성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해 온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장(상근 고문)도 사회공헌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적 난제로 자리잡은 교육과 안전, 빈곤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로 보고 있다.
이처럼 재계와 업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통큰 결단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로서 아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 참석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 경영에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삼성을 향한 사정당국의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