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학력 차별' 딛고 세탁기만 36년 팠다가 LG전자 부회장된 남성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고졸 출신의 기술직 평직원으로 LG전자에 입사해 36년간 세탁기 한 분야에만 몰두해 'LG 세탁기'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게 만든 인물이 있다.


학벌의 유리천장을 당당히 깨고 '고졸 신화'를 몸소 보여줘 그룹 내 '미스터(Mr.) 세탁기'라고 불린다. 또 올해 LG전자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60조 시대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평범한 고졸 출신 기술직 평직원에서 부사장과 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입사 40년만에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최초로 고졸 출신 부회장 타이틀을 거미쥔 그의 이름은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다.


1956년생으로 올해 만 62세인 조성진 부회장은 세탁기 관련 기술에서 한우물만 꾸준히 판 덕분에 LG전자 생활가전사업의 성공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통한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도예가였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용산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뒤 견습과정을 거쳐 1976년 9월 우수장학생 자격으로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다.


세탁기 전기설계실 엔지니어로 시작한 조성진 부회장은 당시 세탁기 설계실장과 연구실장, 세탁기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했다.


조성진 부회장이 입사할 당시 LG전자의 전신이던 금성사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와야만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의존도가 매우 심각했다.


일본 기술을 뛰어넘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세탁기를 만들어 내고 싶었던 조성진 부회장은 기술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에서부터 관련 기술을 배웠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회사에 침대와 주방시설까지 마련해야 할 정도로 밤샘 작업에 매진했고 끈질긴 노력 덕분에 1998년 세계 최초로 '인버터 DD(Direct Drive)모터'를 기반으로 한 세탁기 양산에 성공했다.


고생 끝에 개발에 성공한 'DD모터'는 'LG 세탁기' 세계 1등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 조성진 부회장은 이후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 상무로 승진했다.


2005년 LG전자 HA사업본부 세탁기사업부장을 맡은 조성진 부회장은 세계 최초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를 개발, LG전자 '트롬' 브랜드의 드럼세탁기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또 2013년 H&A사업 본부장을 맡아 세탁기뿐 아니라 냉장고와 TV 등 LG전자 생활가전을 이끌었고 4년 뒤인 지난 2017년부터 LG전자 전 사업부를 아우르는 수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고졸 엔지니어 출신으로 36년간 세탁기 한우물만 팠던 조성진 부회장이 그룹 내 역대 최초로 LG전자 부회장에 오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로써 조성진 부회장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LG 세탁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고졸 한계를 뛰어넘어 사장과 부회장까지 승진하는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업계에서는 조성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1인 최고경영자(CEO) 체제 도입한 LG전자가 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6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0조 1407억원, 1조 8788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매출 첫 30조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LG전자


물론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가전과 TV 사업부는 선전했지만 스마트폰은 13분기째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어 언제쯤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앞이 막막하다.


LG전자가 작정하고 만들어 출시한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7 씽큐(ThinQ)'는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내세워 '방탄폰'이라는 애칭으로 돌풍을 불러일으킨 듯 보였으나 판매 부진으로 적자폭이 되레 늘었다.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 사업 부문은 조성진 부회장이 앞으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당면의 과제인 셈이다.


세탁기 개발로 고졸 학력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오직 실력만으로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세탁기 박사' 조성진 부회장이 눈앞에 직면해 있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