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명 약국 운영으로 챙긴 '1천억원'을 한꺼번에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조 회장의 각종 불법 행위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검사 김종오)는 조 회장이 2000년부터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한 약국을 차명(면허 대여)으로 운영하면서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1천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얻은 정황을 포착, 집중 수사 중이다.
조 회장은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고 2000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 A약국을 개설, 부당 이득을 챙겼다. 해당 약국은 인하대병원 '문전 약국'으로 매출액 규모가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조 회장이 얻어낸 부당 이득이 모두 '요양 급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양 급여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70%, 본인 부담금 30%로 이뤄진다.
현행 약사법상 약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약국을 개설할 수 없으며, 약사는 면허를 타인에게 양도나 대여할 수 없다. 만약 차명 약국 운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조 회장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돼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건강보험법상 약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약사 면허를 대여 받아 약국을 운영할 경우 이를 통해 챙긴 요양 급여는 건강보험공단이 전부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조 회장이 차명으로 약국을 운영했다면 여기서 챙긴 부당 이득 1천억원을 한꺼번에 토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공단의 징수는 검찰 기소와 함께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바탕으로 징수해야 할 금액만큼 '가압류'에 들어가며, 가압류 1순위는 현금화가 쉬운 '주식'이다.
만약 주식에 대한 가압류가 실행될 경우 조 회장의 한진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상속세 탈루액(500억원 가량)까지 감안하면 조 회장은 거의 전 재산을 추징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 측은 지난달 26일 해명 자료를 내고 "조양호 회장으로 차명으로 약국을 개설하거나 약사 면허를 대여 받아 운영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천억원대 부당 이득이라는 주장도 정식 약사가 약국을 20여 년간 운영하며 얻은 정상적인 수익이며, 조양호 회장의 수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횡령·배임·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늘 오전 열린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김병철 영장 전담 부장 판사의 심리로 조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다. 조 회장 구속 여부는 이날 밤에서 이튿날 새벽 사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금융 계좌에 보유한 잔고 합계가 10억원이 넘는데도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또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 업체를 통해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