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외환위기 당시 눈물을 머금고 매각했던 사업을 17년 만에 재인수한 후 흑자를 달성한 대상그룹의 신화가 주목받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이신' 시장을 두고 대상이 글로벌 1위인 CJ 제일제당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라이신'이란 가축의 성장과 발육을 돕는 '필수 아미노산'이며 종종 동물 사료에 첨가되기도 한다.
라이신 사업은 대상이 1973년부터 키워온 핵심 사업이었다. 업계 최고의 바이오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30%를 넘는 탄탄한 영업망을 축적하며 연 2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1997년 발발한 외환위기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대상은 라이신 사업을 1998년 3월 독일 바스프 사에 6억 달러, 당시 환율 기준으로는 9천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에 이뤄진 최대 규모의 외국 자본 유치였으며 대상은 전북 군산에 있던 생산 설비와 기술, 인원, 영업권까지 양도했다.
이후 대상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계열사를 흡수·합병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발효·전분당·종합식품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바스프 사는 대상에게 인수한 라이신 사업을 크게 키우지 못했다. 원료값과 인건비 등이 상승했고 세계적으로 라이신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결국 경쟁력이 떨어진 바스프 사는 지난 2007년 대상의 사돈 기업인 백광산업에 라이신 사업을 매각했다.
대상은 과거 사업경험과 시장 성장세를 감안해 알짜배기 사업인 라이신에 다시 주목했고 지난 2015년 8월 백광산업으로부터 1,207억에 라이신 사업을 인수했다. 그렇게 라이신 사업은 17년 만에 다시 대상의 품으로 돌아왔다.
인수 첫 해인 지난 2015년과 2016년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유 R&D 기술과 판매 채널 다양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대상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육류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며 양돈농가 대형화에 따라 라이신 수요 증가가 2020년까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신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게 된 대상은 추후 라이신을 트립토판, 트레오닌, 메티오닌 등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