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LG그룹이 4세 경영의 막을 올린 가운데 구본준 ㈜LG 부회장이 조카인 구광모 신임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 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故 구본무 회장의 장자인 구광모 LG전자 ID사업부장(상무)을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구 신임 회장은 불과 40세의 나이에 재계 4위 LG그룹의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또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에 이어 LG그룹의 '4세대 총수'로 등극했다.
㈜LG는 앞으로 구 신임 회장과 현재 대표이사 겸 COO(최고운영책임자)인 하현회 부회장의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구 신임 회장은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미래 준비, 인재 투자, 정도 경영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구 신임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LG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구 부회장은 이날 이후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연말 임원 인사에서 퇴임한다.
구 부회장은 ㈜LG 지분 7.72%를 가진 2대 주주로,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사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LG 부회장과 LG전자와 LG화학 이사회 내에서 기타비상무이사직을 맡고 있다
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LG그룹의 가풍인 '장자(長子) 승계의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조카인 구 신임 회장의 앞길을 터주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LG그룹은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유교적 가풍인 장자 승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1969년 타계했을 당시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은 장남 구자경 LG 명예회장이었고, 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것도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었다.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04년 첫째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신임 회장을 양자로 입적한 것도 장자 승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은 1990년대 중반,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LG그룹은 그동안 새로운 총수 체제가 결정되면 방계 가족들은 계열 분리 등의 수순을 밟아왔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독립시켜 LIG그룹을 만들었고, 또 다른 동생 구태회·구평회·구두회 형제는 2003년 LS그룹을 세웠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구본식 형제는 현재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따라서 구 부회장도 '구광모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계열 분리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구 부회장이 갖고 나갈 계열사 후보로는 LG상사와 LG이노텍이 거론되고 있다. 두 계열사는 구 부회장이 ㈜LG 지분을 매각한 금액으로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는 계열사다.
하지만 두 계열사가 LG그룹의 핵심 사업과 연관이 큰 계열사이고, 그룹 규모가 축소된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이 지분 매각 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LG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구 신임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그룹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화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구 부회장의 계열 분리 등이 결정되려면 주주 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광모 신임 회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으며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게 실행에 옮길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내부 기반의 연구 개발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과 협력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