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조성현 기자 = 최근 직장인 A(30)씨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눈이 자주 충혈된다.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흐릿하면서도 지끈지끈한 통증에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혹시하는 마음에 찾아간 안과에서 그는 뜻밖의 진단을 통보받았다. 만성 녹내장이었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시신경 혈류이상에 의해 눈과 뇌를 이어주는 망막신경절 세포(시신경)가 소실되는 병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린다.
녹내장은 국내 40세 이상 인구의 3.5%에서 나타나며 전체 실명원인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원인은 혈액 순환 장애와 안압 상승 등 때문이다.
이런 '소리 없는 실명 도둑' 녹내장과 관련, 최근 엎드려 있어도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대안암병원 안과 유정권 교수팀은 성인남녀 17명을 대상으로 누운 자세에 따른 안압 변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웠을 때의 눈은 안압은 평균 16.2㎜Hg, 엎드린 자세로 누우면 안압이 평균 19.4㎜Hg으로 나타났다.
엎드린 자세가 머리·목이 받는 압력을 높이고, 안구 혈액순환을 방해해 안압을 높이는 것이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안압은 1㎜Hg만 낮아져도 녹내장 진행 속도가 10% 늦춰질 정도로 녹내장 발생과 관련이 깊다"며 "잠은 편한 자세로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못된 수면 자세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면 시간 내내 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잠이 들 때라도 자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0대 이상뿐 아니라 2012년~2016년 20·30대의 녹내장발병률이 16%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젊은층의 고도근시 인구증가, 시력교정수술을 받기 전 안과진료에서 녹내장을 발견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