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8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 회장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중 황 회장·구모(54) 사장·맹모(59) 전 사장·최모(58)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 4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 등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천여만원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억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KT는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46명에게 1억6,900만원, 20대 국회에서는 낙선한 후보 5명을 포함해 66명에게 2억7,290만원을 후원하는 등 중복자를 제외하고 모두 99명에게 정치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KT는 2014년과 2015년, 2017년에는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 등 고위 임원을 포함해 27명 명의로 후원금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
후원금은 당시 KT와 밀접한 현안을 다루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상임위원회에 걸쳐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이 같은 현안에서 자사에 이로운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의원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현안 가운데 KT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된 사안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임원별로 입금 대상 국회의원과 금액을 정리해 따로 계획서를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후원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이 황 회장에게 보고됐고, 회장으로부터 일부 지시도 있었다는 CR부문 임원들의 진술과 문서자료 등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황 회장 측은 경찰 진술에서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고, CR부문의 일탈행위로 판단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몇몇 의원실에서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단체 등에 기부나 협찬 혹은 보좌진이나 지인 등을 KT에 취업시켜 줄 것을 요구해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