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적든 많든 누구나 질환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을 느낄 때 이를 해소할 수단이 없으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병원을 찾는 일도 쉽잖다.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지 헷갈리기도 하고 검진 비용이나 주위 시선도 부담이다.
서울 용산구가 구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희망터치 마음건강 무인검진기'를 운영, 눈길을 끈다.
구는 최근 보건소(녹사평대로 150) 지하1층 건강관리센터와 용산꿈나무종합타운(백범로 329) 1층 로비에 무인검진기를 각각 1대씩 설치했다. 검진기는 1.6m 높이로 상단에 '내 마음 들여다보기'란 표찰이 붙었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름, 연락처, 나이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진단을 시행하면 우울증, 스트레스, 자살경향성 검사가 이어진다. '매사에 흥미나 즐거움이 없었습니까?'와 같은 질문에 객관식으로 답하면 된다.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5분 내외다. 검사가 끝나면 기기 하단 결과지 나오는 곳으로 내용을 뽑아볼 수 있다. 항목별 마음건강 상태를 정상, 주의, 위험 군으로 분류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성도 크다.
구청 보건소를 찾았다 검진기를 이용한 김선희(36·가명)씨는 "우울증 검사에서 주의 판정을 받았다"며 "의외의 결과라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기기는 아동, 청소년, 성인, 노년 등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측정·평가 할 수 있다. 구는 검진 결과를 수합, 위험성이 높은 주민에게 연락을 취해 심리상담가 상담을 연계한다. 원치 않을 경우 상담은 안 받아도 된다.
구는 무인검진기에 주기적으로 도우미를 배치, 어르신 등 취약계층이 쉽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동·청소년 이용률이 높은 꿈나무종합타운에서는 스마트폰 등 ‘중독진단’ 사업을 중점적으로 이어간다.
검진을 원하는 이는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보건소와 꿈나무종합타운을 찾으면 된다. 무료다.
구는 무인검진기 운영 외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 정신건강을 살피고 있다. 정신질환자(퇴원환자) 방문 상담 및 통합사례관리, 마음건강상담실 운영, 저소득층 우선 종합심리검사, 찾아가는 우울증 조기검진 이 대표적이다.
지난 한해 2155명이 구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찾아 상담(일반상담 1800, 우울증 및 자살상담 300, 의사상담 55)을 받았고 정신질환자 등록인원도 320명(조현병 113명, 우울증 112명, 기타 95)에 달했다.
박기덕 의약과장은 "주민들이 우울감, 억압감에 시달리면서도 주변 시선 때문에 전문 의료기관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인검진기를 통해 간단한 검진으로 우울증 등을 조기에 발견,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