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평소 직원식당에서 식사하고 직원들과 함께 야구 경기 관람을 즐기는 등 소탈한 편이다"
'재계 모범생'이자 '이웃집 아저씨'라고 불리던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발인식이 22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40) LG전자 상무는 아버지의 영정 사진에 고개 숙인 채 마지막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드렸다.
이를 바라보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눈물을 글썽였고 다른 유족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장례는 살아생전에 남긴 유지에 따라 화장한 뒤 곤지암 인근 지역의 나무뿌리 옆에 묻는 '수목장' 형태로 진행됐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의 장례를 마무리한 LG그룹은 유일한 후계자 구광모 상무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을 본격화한다.
앞서 구광모 상무는 지난 17일 지주사인 (주)LG 등기이사에 내정된 바 있다. 다음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 과정을 거치면 구광모 상무는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1978년생으로 올해 마흔인 구광모 상무는 영동고등학교와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구광모 상무는 입사한 후 10년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과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두루 거치며 제조 및 판매, 기획 관련 업무 경험을 쌓았다.
4년 전인 지난 2014년 (주)LG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구광모 상무는 그해 11월 상무로 승진했고 이후 LG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부터 LG전자의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으로 근무 중인 구광모 상무에 대한 평판은 대체로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의 평소 소탈하면서도 끈기있는 성품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고스란히 빼닮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구광모 상무는 2014년 구본무 회장의 지시로 LG전자 창원공장에서 3개월간 현장 경험을 할 당시 직원 기숙사에서 다른 직원들과 서스럼없이 잘 어울려 지냈다.
구광모 상무의 주변에서는 "LG오너 일가(家) 자제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동료들을 존중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이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며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고 직원식당에서 서스럼없이 식사하거나 동료들과 야구 경기 관람을 같이 즐긴다는 구광모 상무.
그렇다면 구본무 회장의 장남으로 LG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구광모 상무에 대한 4세대 승계 작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재계와 LG그룹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이 보유한 (주)LG 지분 전체를 구광모 상무에게 물려줄 경우 상속세가 최대 1조원 가까이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참고로 (주)LG 최대주주는 11.28%를 보유한 구본무 회장이며 2대 주주는 7.72% 지분율 갖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 구광모 상무는 6.24%의 지분율로 3대 주주다.
LG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낙점된 구광모 상무는 과연 아버지 구본무 회장이 지켜온 '정도(正道) 경영' 원칙을 지키며 그룹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