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목)

故 구본무 회장 "기업에 돈 요구하는 정권, 국회에서 법으로 막아달라"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뚝심 경영'으로 23년간 LG그룹을 이끌었던 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의 소신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생전 일화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해 사이다 발언을 마다치 않았던 고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때는 2016년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가 열린 국회에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었다.


이날 청문회의 쟁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집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유착 여부였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LG그룹


당시 구 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당시 새누리당)이 "앞으로도 명분만 맞으면 정부 요구에 돈을 낼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구 회장은 "불우이웃을 돕는 일이라면 앞으로 지원하겠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하 의원이 "명분만 맞으면 앞으로도 국가가 돈 내라고 하면 돈 낼거냐"라고 질타하자 구 회장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주문했다.


제왕적 권력을 쥔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부정자금을 출자할 수 없도록 국회가 법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제안한 것이다.


이후 구 회장은 스스로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청문회 출석 재벌 중 가장 먼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탈퇴했다.


또 전경련을 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해야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구 회장은 흔쾌히 동의하며 "전경련은 친목단체로만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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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재벌 기업 중 가장 먼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구 회장은 국내 5대 그룹 현직 총수 중 유일하게 사법 처벌을 받지 않았다.


투명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전문경영인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독단적 결정을 지양했던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빛나는 이유다.


한편 구 회장이 별세한 20일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고인과 질의를 주고 받았던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고를 띄우며 이같이 적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최순실 청문회장에서 만난 그 분은 이 시대의 큰 기업인이었다"


아울러 그날 청문회에서 주고 받은 즉문즉답은 "평소 소신이 없었다면 바로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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