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이게 2만원짜리 오징어 한 마리 회 뜬 거라고요?"
직장인 A씨는 지인들과 서울시 종로구 모처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나누다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안주로 시킨 2만원짜리 오징어회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양이 적었기 때문이다.
성인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접시의 1/3도 못 채울 정도로 작은 양에 A씨는 두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에 A씨는 사장님에게 "이건 서비스인 거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오징어 한 마리를 회 뜬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술 한 잔 걸친 상태기에 말을 아꼈다. 그저 취객이 사장에게 훼방을 부리는 것으로 비칠까봐 염려한 탓이었다.
A씨는 "진상으로 보일까 봐 말을 못 했다"면서도 "아무리 서울 한복판이라고는 하지만 이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5년여 전만 해도 몸값이 싸 서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반찬으로, 아버지의 술안주로 식탁에 자주 올랐던 오징어.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밥상에서 오징어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중국 어선들의 북한 수역 싹쓸이 조업 등으로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도매가 기준 물오징어는 kg당 1만 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4%가량 증가한 수치다.
평년 가격인 4,800원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그야말로 '금징어'가 따로 없는 셈이다.
여기에 수온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오징어는 수온에 민감한 어종으로, 갑작스럽게 수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어장을 형성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변화로 동해에 있던 오징어 어장이 북한 쪽으로 이동한 데다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싹쓸이 조업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한편 지난해 우리 오징어 조업량은 중국 불법 어선의 영향으로 27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