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남다른 소신과 뚝심으로 23년간 LG그룹을 이끌어 온 구본무 회장이 20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73세 나이로 별세했다.
20일 LG그룹에 따르면 '3세대 총수직'을 수행하며 LG전자와 LG화학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구본무 회장이 눈을 감았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수차례 뇌수술을 받았으며 통원 치료를 하다가 최근 건강상태가 악화돼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LG그룹 관계자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구본무 회장의 유지에 따라 조용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LG그룹은 사실상 '4세 경영'을 본격화하게 됐다. 앞서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40) LG전자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상무)을 등기이사로 내정,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바 있다.
구광모 상무는 다음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4세 경영자로 나서는 구광모 상무는 1978년생으로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는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슬하에 아들이 없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광모 상무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면 구본무 회장이 1995년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23년 만에 4세대 경영이 이뤄지게 된다.
LG그룹의 '4세 경영'은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 5대 그룹이 전부 차세대 총수를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4세 경영'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이래 장남인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경영을 사실상 이끌어 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재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48) 부회장이 대외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최태원(58) 회장이 부친인 故 최종현 전 회장이 1998년 타계한 뒤 가장 먼저 '젊은 총수'로 자리잡아 20년간 그룹을 이끌어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법정구속된 신동빈(63)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1일 총수로 공식 인정받아 재계 전반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