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멍충미'라는 신조어가 생기기 전부터 멍충미를 담당했던 캐릭터가 있다.
노란 피부에 커다란 오리 주둥이가 특징인 '포켓몬스터' 고라파덕이다.
작중 고라파덕은 주인공 지우네 일행에 이런저런 소동을 일으키며 사랑스러운 방해꾼 역할을 도맡았다.
만화 속 포켓몬들은 사람 말을 한마디도 못 한다. 그래도 의사소통이 된다.
하지만 고라파덕은 아니었다. 이슬이한테 답답하고 멍청하다고 가끔 구박까지 받았다.
그럴 때마다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고라파덕. 사실 녀석에게는 귀여우면서도 짠한 사연이 있다.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라파덕의 이름은 '골(머리)', '아프다', '덕(오리)' 세 글자의 합성어라고 누리꾼들은 추측한다. 해석하면 머리 아픈 오리다.
실제 포켓몬 도감을 보면 고라파덕은 항상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나온다.
편두통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은 두통이 얼마나 괴로운 고통인지 알 것이다.
고라파덕은 더 안됐다. 어쩌다 한 번 겪는 게 아닌, 매 순간 두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라파덕은 항상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아파서다. 기특하게도 표정으로나 다른 행동으로는 아프다는 티를 내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포켓몬 친구가 가뜩이나 아픈 머리를 퍽퍽 때려도 화 한 번 내지 않는다.
고라파덕은 친구들을 사랑한다. 같이 놀고 싶어 차가운 눈밭에 아픈 머리를 파묻기도 할 정도다.
포켓몬 친구들과 있을 때면 가끔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두통을 잊을 만큼 행복해하느라 그렇다.
고라파덕은 포켓몬 시리즈의 디렉터를 맡은 마쓰다 쥰이치가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례로 마쓰다의 명함에는 고라파덕 삽화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두통약 한 알 없이도 두통을 견디는, 조금 바보 같지만 착한 친구 고라파덕.
아파도 행복한 오리너구리 녀석에게서 어떤 삶의 자세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