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S9'의 국내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결국 출시 두 달만에 가격을 내렸다. 상당히 이례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가 전략으로 내세웠다가 생각지도 못한 판매 부진에 가격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출시일에 맞춰 구입한 소비자들의 경우 한순간에 '호갱(호구 고객)'으로 만든 셈이어서 삼성전자를 향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9' 세 모델 중 최상급인 '갤럭시S9 플러스' 256GB 출고가가 7만 7천원을 인하한 107만 8천원으로 내려갔다.
참고로 지난 3월 16일 정식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9 플러스' 256GB 출고가는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고가인 115만 5천원이었다.
이동통신 및 제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9 플러스'가 출시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작 시리즈 대비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재고로 쌓여있는 '갤럭시S9 플러스' 소진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공시지원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은 11만원대 요금제로 '갤럭시S9 플러스'를 구입할 경우 27만원을 지원한다. 이는 '갤럭시S9 플러스'가 출시됐을 당시 책정됐던 공시지원금 23만 7천원과 비교했을 때 무려 3만 3천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LG유플러스 역시 8만 8천원 요금제에 지원금을 21만 2천원에서 27만 3천원으로 올렸고 KT의 경우는 출고가를 인하하지 않았지만 4월 지원금을 최대 35만원으로 인상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 플러스' 가격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갤럭시S9 플러스'를 사전구매한 고객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회원만 1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갤럭시S9 플러스가) 3월 출시한 제품이고 구입한지 2주도 안됐는데 가격이 내려갔다"며 "한순간에 호갱이 되고 말았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 출고가의 거품을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출고가 인하 행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9 플러스' 출고가를 인하한 것은 11일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간 경쟁사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LG G7 씽큐(ThinQ)'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8일 'LG G7 씽큐' 출고가를 전작인 'G6'보다 1,100원 저렴한 89만 8,700원으로 확정 짓고 발표한 바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신제품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LG전자의 출고가 설정은 한마디로 파격적인 행보였다.
'LG G7 씽큐' 스펙이 '갤럭시S9'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출고가에서 큰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가 출고가 인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9' 시리즈가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갤럭시S9' 시리즈가 전작인 '갤럭시S8'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개통 실적이 부진할 뿐만 아니라 출시 두 달이 지난 지금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갤럭시S9' 시리즈를 밀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일로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