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딸 대신 대기업 면접 보러 간 청각장애인 아빠가 펑펑 눈물 쏟은 이유

인사이트영화 '마지막 면접'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딸 대신 대기업 면접에 직접 참석한 아빠가 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8일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이날을 맞아 지난 2012년 피터바닐라 감독이 제작한 단편 영화 '마지막 면접'이 재조명받고 있다.


5분가량의 짧은 영화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이 면접장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청년들이 가득한 면접장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남성은 실제 면접자의 아버지다. 딸 대신 면접을 보러 온 것.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 면접관들의 입 모양을 보고 질문을 읽어내는 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이다. 


인사이트영화 '마지막 면접'


아버지는 딸이 미리 찍어둔 영상을 일일이 휴대폰으로 보여주며 답변을 대신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버지는 딸을 위해 이 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를 용인해준 면접관이 "10년 후의 모습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자, 아버지는 딸의 또 다른 영상을 재생시켰다.


휴대폰 영상 속 단정한 면접용 정장을 입은 딸은 "제 10년 후는..." 하며 말을 조금 머뭇거렸다. 


그러다 이내 "궁금하지?"라며 면접관이 아닌 아버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읊기 시작했다.


딸은 "이 회사에 합격했을 것"이라며 "연봉 6천에 커리우먼으로, 엄청 잘생긴 남자한테 시집도 갔을 것"이라며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사이트영화 '마지막 면접'


이때 갑자기 딸이 예기치 못한 말을 털어놓았다. 바로 자신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휴대폰 영상 속 딸의 모습은 어느새 환자복에 민머리를 하고 있었다.


딸은 "그런데 미안한데... 아빠가 이 영상 볼 때쯤 난 아마 곁에 없을 것 같다"라며 흐느꼈다. 


아버지의 맞은편에서 영상을 보고 있던 면접관 또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혼자서만 영문을 모르던 아버지는 주위 사람들의 표정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직접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인사이트영화 '마지막 면접'


그리고 그제야 왜 딸이 대신 면접을 보러 가달라고 했는지 깨닫게 됐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토해내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 아버지. 아버지는 그저 가슴을 움켜쥐고 먹먹히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애달파하는 아버지에게 딸의 눈물을 머금은 따뜻한 목소리가 다가온다. "크게 심호흡해. 잘 할 수 있어" 앞서 아버지가 면접을 앞둔 딸에게 했던 말이었다.


청각장애인 아버지는 과연 딸과의 이별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면접 말미, 눈물을 머금은 채 아버지는 수화로 면접관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딸이 있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런 아버지에게 딸은 속삭인다.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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