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화려한 전성기를 이끈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외식 문화 변화, 장기 불황, 1인 가구 증가 등이 맞물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가 식으면서 전성기 때 열심히 매장을 늘린 아웃백도 역풍을 맞았다.
2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아웃백은 지난해 11월 초 질적 성장을 위한 사업계획을 발표한 뒤 같은 달 17일부터 올해 1월 30일까지 전국 34개 매장을 차례로 폐점했다.
약 두 달 반 동안 문 닫은 매장 수는 작년 11월 초 기준 아웃백 전체 매장(109개)의 31.2%에 달한다.
영업 종료 매장에는 명동중앙점·청담점·광화문점·홍대점·종로점(서울), 센텀시티점·연산점(부산), 칠곡점·상인점(대구), 충장로점(광주) 등 도심 대형 매장이 대거 포함됐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존 매장을 철수했다는 게 아웃백의 설명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과감하게 정리해 양보다 질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웃백 측은 "앞으로 규모 확장보다는 매장 품질개선, 혁신적인 '플래그십 매장' 개점, 메뉴 개발 등 질적인 부분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웃백은 호주 자연을 콘셉트로 내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1987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한국에는 1997년 4월 김포공항 인근에 공항점을 열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적극적인 매장 확대에 힘입어 2002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점포 수 1위에 올랐다. 인기가 정점을 찍은 2005년에는 한 해 동안 매장이 20개나 새로 생겼다.
아웃백은 한국 진출 11년 만인 2008년 100번째 점포인 김해점을 열었다. 100호점 오픈 당시 아웃백 측은 2012년까지 국내 점포 수를 150개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들어 치열해진 경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불황이 길어지면서 전반적인 업계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아웃백은 각 지역 핵심 상권에 자리 잡은 100∼200평대(330∼660㎡) 대형 매장이 많아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불황으로 입은 타격에 불을 붙인 결정적인 요인은 외식 트렌드 변화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이 거세지면서 기름진 고열량 음식 위주인 패밀리 레스토랑은 점점 외면받았다. 대신 제철 채소와 친환경 식재료를 내세운 한식 샐러드바 뷔페가 소비자들을 파고들었다.
실제로 한때 아웃백을 비롯한 패밀리 레스토랑 앞을 수시로 가득 채운 긴 대기 행렬을 이제 한식 뷔페에서 볼 수 있다.
또 개성을 갖춘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는 '맛집'이 많아지면서 획일적인 메뉴와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대체할 음식점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아웃백이 빠른 속도로 매장 수를 늘렸지만 이후 급변하는 외식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따라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웃백의 영토 확장은 매장 110개를 기점으로 멈췄다. 공격적인 매장 확대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수익성 낮은 매장을 무더기로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또 최근 아웃백은 기존 매장을 새로 단장하는 한편, 할인 혜택을 강화하고 신 메뉴를 선보이는 등 재기를 위한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쇠락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웃백 뿐만은 아니다. 베니건스와 TGI프라이데이스도 현재 매장 수가 전성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코코스, 씨즐러, 마르쉐, 토니로마스 등 한때 잘 나갔지만 사업을 접어 역사속으로 사라진 패밀리 레스토랑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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