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뉴스1

[인사이트] 이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그룹 총수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총수 지정을 도입한 지 30년 만에 일이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 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내용을 발표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을 기준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메리츠금융과 넷마블, 유진 등 3곳이 추가돼 지난해 57곳에서 60곳으로 늘었다. 60곳 중 총수가 있는 집단은 52곳, 없는 집단은 8곳이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지난해 31곳에서 교보생명과 코오롱이 추가되고 대우건설이 빠져 32곳이 됐다.

이해진 네이버 GIO / 뉴스1

공정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는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의무적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시토록 하기 위해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이런 의무와 함께 상호출자, 순환출자 금지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업 총수는 실제적으로 기업집단에 영향을 끼치는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기업 집단 범위는 동일인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계열사 지분을 따져 확정한다.  

공정위는 삼성과 롯데에서 기존 동일인이었던 이건희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변경을 결정했다. 

반면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경우 동일인 변경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뉴스1

이해진 GIO는 네이버 개인 최다출자자이다. 

공정위는 이 GIO가 이사직 등을 사임했지만 네이버 미래에 가장 중요한 네이버 일본 자회사인 라인의 회장을 여전히 맡고 있는 점 등을 비변경 사유로 꼽았다.

동일인이 변경됐다고 기업 구조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위가 동일인을 기준으로 규제를 하기 때문에 지정 당사자의 부담이 커진다.

특히 그룹 조직변경이나 사업추진 등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를 결정하는 총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집단이 위장계열사를 보유하거나 계열사 현황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동일인이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과 롯데는 기존 동일인이 지분요건 내지는 지배력 요건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지난 1년 동안 그룹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동일인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