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헤어지자는 말에 얼굴뼈 다 부러지도록 때려"…충격적인 '데이트 폭력' 실태

인사이트부산 '데이트 폭력' 당시 현장 모습 / 사진제공 = 여대생 A씨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1. 두 달 전인 지난 3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사귄지 3개월된 여자친구가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나 옷을 강제로 벗기고 감금 및 무차별 폭행하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 영상에는 남성이 여자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질질 끌고 내리는 충격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어 많은 이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인사이트 단독 보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부산 데이트 폭력'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인 남자친구를 감금 및 폭행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 여성인 여대생 A씨는 당시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보복이 무서워 가만히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폭행 당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는 명목 아래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데이트 폭력'을 당한 뒤 2차 피해가 무서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에게 당당히 용기를 내 신고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남자친구의 무차별 폭행으로 얼굴뼈가 다 부러졌다는 여대생 A씨는 "자다가도 소름 돋아서 깨고, 자면서도 울고,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무섭다"며 "손이 떨리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져서 울게 된다"고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인사이트내연녀 집 현관문을 부스고 들어가는 현직 교사 / YouTube 'MBCNEWS'


#2. 지난해 1월 고등학교 현직 기간제 교사인 한 남성이 자신의 내연녀 집 현관문에 걸린 안전고리를 부스고 쳐들어가 흉기를 휘두르고 얼굴을 마구 때린 뒤 20분 동안 감금하는 또다른 '데이트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피해 여성은 코뼈가 금이 가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피해 여성이 내연 관계에 있던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집까지 찾아가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가 무차별 폭행 당한 피해 여성은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는 것에 맞아서 코피가 났다"며 "(남자친구가) 싱크대에서 칼 꺼내길래 '아 여기서 진짜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사례를 보았듯이 '데이트 폭력'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 문제다.


경찰청이 발표한 '연도별 연인 간 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적발된 데이트 폭력 건수는 평균 7,296건이었다.


게다가 5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도 233명에 달했다. 매년 46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숨지고 있는 셈이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나 역시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6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폭력'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성인남녀 10명 중 5명 꼴로 직·간접적인 '데이트 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이나 그로 의심되는 일을 목격하거나 경험해본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43%가 '목격한 적 있다'고 답했다.


15%는 '직접 경험한 적 있다'고 말했다. 직접 피해 경험이 있는 피해자에게 물은 결과, 처음 시작된 폭력의 유형은 모욕이나 고함, 폭언, 협박, 위협 등과 같은 감정적·언어적 측면이 40%로 가장 많았다. 간섭과 감시, 통제 등 통제적 측면은 35%나 달했다.


그 뒤를 이어 강제 추행과 강제 스킨십 등 성적 측면이 13%, 팔목을 비튼다거나 세게 밀치고 뺨을 때리는 등의 신체적 측면 폭력은 9% 순이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데이트 폭력'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경찰에 바로 신고하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까. 설문조사 결과 역시 충격적이었다.


인사이트술 취해 길 한복판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하는 남성 / YTN


'데이트 폭력' 피해 당사자의 상당수인 38%가 폭력에 따른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한 사랑 싸움 중 하나라고 여겼거나 내 잘못도 있다고 판단(각각 21%)했기 때문이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당사자도 피해 당한 사실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것.


이뿐만 아니다.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14%), 보복이 두려워서(13%), 그렇게 심한 폭력은 아니었기 때문(11%) 등의 이유로 '데이트 폭력' 당한 피해 사실에 대해 묵인하고 있었다.


끊이질 않고 있는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선행돼야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가해자 처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39%로 가장 높았다. 실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단순한 치정으로 인식하는 사회의식의 전환(19%), 연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12%), 피해자의 법적 보호 방안 마련(7%)이 필요하다는 답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엘리베이터에서 여자친구를 강제로 끌고 내린 뒤 무차별 폭행과 감금을 서슴지 않은 '부산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아버지 B씨는 지난 1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 출연해 가해 아들을 변호하고 오히려 피해 여성을 탓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당시 방송에서 가해자의 아버지 B씨는 "남자가 그럴 수 있다"며 "순간적으로 때릴 수도 있다. 화가 났는데 남자인데"라고 말했고 어머니 역시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아들만 완전 나쁜 놈이 됐다"며 "우리가 바로 '명예피해자'"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해자인 아들을 감싸고 변호하고 있는 가해자 부모. '데이트 폭력'이 멈추지 않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가해자를 감싸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려는 사회적 풍토 때문은 아닐까.


현재도 어디선가에서는 '데이트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추가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채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명목 아래 자행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은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피해자가 처신을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만연했던 것이 사실.


지금부터라도 '데이트 폭력'은 가해자의 지나친 집착과 욕심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감싸고 위로해주려는 사회적 노력이 매우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