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전 교감선생님의 순직 인정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故강민규 교감선생님 위험직무순직공무원 인정 및 강압 수사 의혹 진상규명'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희생자는 305명이다"며 "교감선생님의 순직 인정을 위해서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순직기각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했었으나, 현재 있는 법으로서는 죽음의 형태가 순직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기각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당시 세월호에 함께 타고 있었던 기간제 교사들도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게됐지만, 강 전 교감은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2016년 2월 18일 대법원판결이 나기 약 20일 전 박근혜 정부가 법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강 전 교감의 유가족이 처음 소송을 진행할 당시 강 전 교감은 '공무상 사망'이고 다른 희생 교사들은 '순직'이었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서 '공무상 사망'이 '순직'이 되고 '순직'이 '위험순직'으로 변경됐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이어 "단순히 명칭만 변경하고는 '이미 순직처리가 됐다. 오해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무상사망', '순직', '위험순직' 등의 명칭으로 세월호 교사들의 죽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라는 특수한 사건인 만큼 같은 입장으로서 인정해주고 동등한 처우를 받기를 바라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강 전 교감은 세월호 합동분향소, 416기억교실, 세월호 참사 4주기 합동 영결·추도식에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정부가 주관하는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참사로 숨진 299명과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 등 304명의 희생만을 추모했다.
또 청원인은 "강 전 교감선생님은 '생존자'임에도 불구하고 구조된 후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고 목포해경에서 장시간의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73회를 통해 욕설을 포함한 강압수사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교감선생님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라며 "비극적이고 억울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에는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 6천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단원고 교감 강씨는 참사 발생 이틀이 지난 후인 4월 18일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고 적은 유서도 발견됐다.
인솔 단장으로 수학여행길에 오른 강 교감은 자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렸지만, 앞서 공개된 메시지 등을 미뤄봤을 때 안개 속 출항을 반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족은 강 교감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한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됐다. 소송에서도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순직으로 인정받은 인솔 교사 등은 구조 활동을 한 점이 확인됐고 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돼 강 교감과 다르다는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