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욕설, 폭행, 폭언.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가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땅콩회항'으로 처음 논란이 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물론 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도 물벼락 갑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더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직원들을 '하인'처럼 부렸다는 증언과 증거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진중권 교수는 이를 두고 제대로 가정 교육이 안 된 "가족력"이라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창업주이자 조양호 회장의 아버지, 조 자매의 할아버지인 故 조중훈 회장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던 것 같다.
조 회장의 경영철학은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樹人)', 한평생 살면서 사람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 고서 '관자'에 나오는 말로 조 회장은 항상 직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기업관을 갖고 있었다.
1996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 '내가 걸어온 길'에서도 이같은 신념이 잘 드러나 있다.
"기업은 인간이 만들고 그 사람들로 구성되는 조직의 힘에 의해 육성, 발전되는 것이라는 내 나름의 체험과 소신을 갖고 있었다. 기업은 곧 인간이며 인화(人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_내가 걸어온 길(조중훈)
실제로 대한항공공사 인수 당시 인력 감원설에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위해 직접 공식 석상에서 "감원은 없다"고 천명했고, 이에 직원들이 감동받았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조 회장은 그만큼 고압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중요시 했다.
인화(人和) 중심 철학을 고스란히 녹인 그의 회고록은 2015년 내용이 보강돼 '사업은 예술이다(이임광)'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현재 이 책은 한진그룹 신입사원의 필수 도서라고 전해진다.
물론 아들 조양호와 며느리 이명희, 손자 3남매가 이를 읽고 가슴 깊이 새겼을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은 1945년 트럭 한 대를 매입해 한진상사를 창업했다.
교통과 수송 사업의 가치를 일찌감치 간파했던 조 회장은 주한 미8군과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하며 회사를 확장해 나갔다.
이후 1968년 11월 정부가 운영하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지금의 대한항공 기틀을 마련했다.
70년간 한진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조 회장은 2002년 11월 17일 향년 8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