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현영 기자 = 보험사기 사건 재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행한 문건의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문건 작성자가 별도의 진술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2일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55)씨 등 6명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등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97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8개 보험회사에 보험가입을 한 뒤 허위로 입원하는 방식으로 약 3억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의 가족인 다른 피고인들도 같은 방식으로 각각 수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씨 등이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데도 장기입원을 했다고 판정한 심평원의 회신 문건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맡겨진 사무를 처리한 내역을 계속적·기계적으로 작성한 문서는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심평원 회신 문건이 이런 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거로 신청했다.
1·2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문건을 증거로 채택한 후 이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 있는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는 형소법에 따라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평원의 회신이 직접 진술이 아닌 전해 듣거나 간접으로 경험한 내용을 진술한 '전문 증거'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전문증거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작성한 사람이 진정하게 작성한 문건이라고 진술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2심 재판에서 회신 문건을 작성한 심평원 관계자가 법정에 출석하고, 문건이 진정하게 작성됐다는 점을 진술하면 적법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