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어수룩한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이마에 땀이 맺힌 것을 보니 악몽을 꾸고 있었나 보다.
무슨 꿈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억에 집중할 수 없다. 오른팔이 너무 가려워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미치겠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겠다. 귀찮지만 어서 빨리 가려움증을 해결하고 다시 잠에 들어야겠다.
왼팔을 가려운 부위로 가져간다. 손톱을 세운다. 시원하게 긁고 싶다.
그런데 오른팔이 없다. 맞다. 나는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던 사실을 잊고 있었다.
오른팔이 없는데 오른팔이 가렵다. 미치도록 가렵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어두운 방의 공기가 오늘따라 무겁다.
잊고 있었던 현실을 깨닫고 비참해지는 기분에 눈물이 흐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소리만 어둠을 가른다.
신체 일부를 절단한 환자 대부분이 경험하는 증상이다.
절단한 부위가 가렵거나 불편하고, 심지어 움직임까지 느껴지는 증상. 우리는 이를 환상통(Phantom Pain)이라고 부른다.
환상통이란 말 그대로 환상 속에서 겪는 통증이다.
주로 극도의 통증을 느끼는 부위나 절단된 부위에서 발생하며 절단 환자 중 과반수가 환상통을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환상통을 앓는 사람들은 절단 부위에서 가벼운 불편함이나 가려움, 이물감, 통증을 느낀다. 더위나 추위 등의 감각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꼽는다.
우선 절단 부위에서 신경계 장애가 생겨 '이상 신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뇌가 이상 신호를 혼동해 절단 부위에서 감각이 느껴진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환자의 심리 상태에 기인한다. 절단 이후에도 이전의 감각이나 움직임을 기억해 심리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다.
이 경우가 지속되면 환자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심리적으로 감각이나 통증이 느껴지는데 해당 부위는 이미 절단됐다. 이러한 현실을 끊임없이 자각하게 만들면서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여전히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단 한 가지 원인만 있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과 문제, 장애들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