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이웃집 토토로'.
푸근하고 귀여운 나무의 요정 토토로와 아픈 어머니를 둔 어린 자매의 모험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다.
마냥 사랑스럽기만 한 작품일 것만 같은 이 영화. 이에 관한 일종의 '음모론'이 제기됐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 관한 도시 전설이 공유되며 큰 화제를 낳고 있다.
푸릇푸릇하고 청량한 계절감으로 유명한 영화답게, 요즈음 들어 '이웃집 토토로'를 다시 찾는 이들이 많아진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일설에 따르면 '이웃집 토토로'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어있다.
지난 1963년 5월 일본 사야마 시에서는 한 여고생이 납치, 살해되는 일명 '사야마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가 체포됐지만 경찰 수사의 오류, 피해자를 둘러싼 의문점 등 현재까지도 풀리지 않는 사건으로 꼽힌다.
살해된 여고생의 언니는 사건 이후 몇 달이 지나 음독자살을 했다.
당시 언니는 "숲속에서 커다란 고양이 귀신을 봤다", "큰 너구리 유령을 만났다" 등의 알 수 없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다.
바로 이 사건이 '이웃집 토토로'의 모티프가 됐다는 것. 일부 영화 팬들이 이같은 괴담을 제기한 이유는 꽤 구체적이다.
먼저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이다. 극 중 배경은 일본 사이타마현 쇼자와다. 사건이 있던 사야마와 인접한 마을이다.
주인공 자매인 메이와 사츠키의 이름도 주장의 뒷받침 중 하나다.
메이(May)는 영어로 5월을, 사츠키는 일본어로 5월을 뜻한다. 실제 사야마 사건은 5월에 일어났다.
이후 영화의 절정부에서 메이는 어머니한테 가다가 길을 잃는다. 사츠키는 연못에서 여자아이의 신발 하나를 발견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때 메이가 연못에 빠져 죽었으리라 추측했다. 그뿐만 아니다.
메이를 찾던 사츠키가 스스로 토토로를 찾아가 함께 고양이 버스에 탑승하는데, 이때 사츠키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보이지 않나 봐"라는 말을 한다.
초반부에서도 메이와 사츠키에게는 토토로가 보이지만 자매의 아빠는 토토로를 보지 못한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보아 토토로는 죽거나 죽음이 예견된 사람에게만 볼 수 있는 일종의 사신이고, 고양이 버스는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수단이며, 사츠키는 메이를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병원에서 요양 중인 어머니를 찾아간 사츠키와 메이가 어머니는 직접 만나지 않고 옥수수만 두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자매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어머니의 반응을 지켜본다.
옥수수를 발견한 자매의 어머니는 창밖을 바라보며 "지금 저 나무에서 사츠키와 메이가 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라고 중얼거린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여기 있을 리 없잖아"라고 대답한다.
이 모습을 두고 일부 영화 팬들은 자매가 옥수수만 두고 온 것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만날 수 없어서라고 목소리를 냈다.
창밖 나무 위에 있는 아이들을 어머니가 발견하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직업도 의미심장하다. 아버지는 작가다. 영화 마지막,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쓴 원고 서류를 본다.
이에 애초에 '이웃집 토토로'의 내용 전부가 두 딸을 잃은 아버지의 상상이며, 아버지가 영화 내내 작업한 원고가 이 내용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제법 그럴듯하게 아귀가 맞는 이야기에 누리꾼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일본 현지에서도 방송 프로그램에 다뤄진 바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토토로 괴담. 진실은 무엇일까.
스튜디오 지브리는 1988년 영화 발표 이후 십여 년간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 2007년 5월 1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메이가 죽었다든가 토토로가 사신이라든가 같은 설정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직접 언급하며 싹을 잘랐다.
그런데, 이날은 실제 '사아먀 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44년이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