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국내 주류업체가 잇따라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있다. 저도 소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18일 업체에 따르면 소주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알코올 도수를 낮춘데 이어 2위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도수를 내리기로 했다.
저도 소주시장의 경쟁은 하이트진로가 먼저 불을 붙였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도수 17.8도인 '참이슬'에서 0.6도 낮춘 17.2도짜리 '더 깨끗한 참이슬 후레쉬' 판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롯데주류는 트렌드에 맞춰 '부드러운 처음처럼' 알코올 도수를 17.5도에서 0.5도 더 낮춘 17도 제품을 출시하며 맞불 전략에 나섰다.
롯데주류는 또 '진한 처음처럼'은 21도에서 20도로, '순한 처음처럼'은 16.8도에서 16.5도로 각각 1도, 0.3도 내리며 저도 소주시장에 본격 합류를 선언했다.
앞서 지방 소주업체인 무학과 대선주조가 각각 16.9도의 저도 소주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주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합류함에 따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하게 됐다.
소주 업체가 저도 소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와 달리 과음을 지양하려는 음주 문화 때문이다.
여기에 여성 수요층이 크게 늘었고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주시장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잇따라 도수를 낮추며 저도 소주 시장에 뛰어든 것도 저도화되고 있는 주류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 차원으로 보인다.
문제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주 가격이 떨어지기는 커녕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참고로 소주는 원료인 주정을 물에 타 희석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원가가 크게 절감되는 셈이다.
일각에서 알코올 도수를 낮춘 것이 사실상 소주 가격을 인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소주 업체 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주정이 덜 들어간다고 해서 원가가 싸지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도수가 낮춰졌다고 해서 원가가 싸진다는 정확한 수치가 없다"며 "단순 원재료만을 가지고 (가격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 역시 전화 통화에서 "단순하게 놓고 봤을 때 소주 가격인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원가 상승이 있기 때문에 도수를 낮췄다고 해서 이익을 보는 등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 관계자의 입장은 다르다. 관계자는 "소주 업체들이 도수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도 정작 출고가는 내리지 않으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수를 낮추는 과정에서 제품 가격은 기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소주 가격 인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소주 업체들의 도수 경쟁은 지난 1998년 '참이슬'이 23도로 도수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업체들이 잇따라 도수를 낮추면서 점점 순해진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 '참이슬' 17.2도, 롯데주류 '처음처럼' 17도, 무학 '좋은데이' 16.9도 등으로 치열한 각축을 벌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