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최근 스페인 남쪽 해안에서 플라스틱류 폐기물을 잔뜩 먹은 향유고래 사체가 발견돼 세간의 충격을 안겼다.
향유고래는 사람들이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소화시키지 못해 고통을 겪다 숨진 것으로 짐작된다.
동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플라스틱은 썩는 데만 500여 년이 걸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플라스틱을 먹이처럼 먹는 나방이 있어 환경계의 관심이 쏠린다.
플라스틱을 먹어 '환경 지킴이'로 떠오른 주인공은 꿀벌부채명나방(Galleria mellonella·벌집나방)이다.
꿀벌부채나방이 화제를 모은 건 지난해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연구진의 발표가 주목받으면서다.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폴리에틸렌을 빠르게 분해하는 애벌레가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소개된 애벌레가 바로 꿀벌부채명나방의 유충이었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를 12시간 동안 비닐봉지를 넣어둔 뒤에 봉지 무게가 92㎎이나 줄었다고 전했다.
성충인 나방 또한 애벌레와 같이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의 일종인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과 애벌레가 플리스틱을 먹을 수 있는 이유로 "(벌집의) 밀랍은 폴리머(화학결합물)이고 일종의 '천연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화학구조가 폴리에틸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꿀벌부채명나방과 애벌레에게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먹이'나 다름없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방과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는다고해서 능사는 아니다. 만약 소화되지 않고 플라스틱이 잘게 분해만 된 채 그대로 배출되다면 소용 없는 일.
이에 연구진은 나방과 애벌레가 먹은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심해도 된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 나방과 애벌레이 플라스틱을 먹으면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의 중합체 사슬을 깨트려 완전히 다른 분자 구조를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분해에 가담하는 요소로 침샘이나 장내 공생 세균을 예상했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 상태다.
연구진은 앞으로 해당 나방과 애벌레를 통해 플라스틱과 비닐 제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