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1988년 서울. 1988 서울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우리나라는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를 풀어놓았다.
비둘기들은 성화대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그리고 성화가 점화되는 순간, 녀석들은 불타 죽고 말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지난 2018 평창 올림픽. 평창 올림픽에서도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1988년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5세대(G) 이동통신 기술로 만든 가상 비둘기였기 때문이다.
이들 '평화의 비둘기'는 평창 현지 주민 1,200명이 LED 촛불을 들고 형상화, KT의 5G 기술로 완성됐다.
비둘기의 완벽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음악의 흐름에 맞추어 공연자의 위치와 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이 이를 수동으로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려운 게 분명한 사실.
바로 이를 제어하기 위해 초저지연·초연결이 가능한 KT의 5G 네트워크가 활용됐고 덕분에 공연은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기술의 융합으로 전 세계인이 언어장벽 없이 하나 되어 즐긴 올림픽. 이처럼 5G 기술은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언뜻 쉽게 와닿지 않는 느낌이라고? 그렇다면 여기를 주목하자. 그리고 관심을 가져보자. 5G가 삶에서 보편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우리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빠른 속도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채 되지 않는 기술, 5G 네트워크의 상용화 시 우리 눈 앞에 펼쳐질 장면들을 미리 엿볼 수 있도록 예견해준 대중영화 속 장면들을 모아봤다.
1. '바이센테니얼 맨' (2000년)
2000년 작 '바이센테니얼 맨'. 영화 속 세상에 사는 인간들은 집에서도 별다른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 평온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 손질 등 집안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첨단 가전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AI) 로봇 NRD-114(로빈 윌리엄스 분)는 사람의 나이로는 200세까지 살면서 대를 이어 인간 식구들과 가족처럼 지낸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자아를 갖고, 외관상으로는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하며 인간과 공존한다.
영화 속에서 NRD-114는 누군가 일을 도와 달라고 하면 "One is glad to be of service(봉사는 제 기쁨이지요)"라고 말하곤 한다.
2. '아바타' (2009년)
2154년, 우주 행성 '판도라'를 무대로 자원을 캐기 위해 행성을 파괴하려는 지구인과 이를 막으려는 원주민 '나비 족'과의 갈등을 그린 2009년 작 '아바타'.
극 중 지구인 남성 제이크(샘 워싱턴 분)는 자신의 나비 족 아바타를 원격 조종하며 두 행성인들 간 펼쳐진 전쟁에 참여하고, 나비 족 여인인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와 사랑에도 빠진다.
제이크가 링크 머신에 들어가 누우면 아바타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몸은 우주선에 누워있지만 생각으로 아바타를 원격 조종해 대화에 참여하고 뛰어다닌다.
3. '맨 인 블랙 3' (2012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뒤흔들며 3편까지 제작된 영화 '맨 인 블랙' 시리즈.
극 중 지구에 있는 외계인을 잡으러 다니는 비밀요원들은 사람 없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요원들이 악당과 격렬하게 전투를 펼치는 와중에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도맡고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사실 자율주행 차량은 그리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신도시 판교에서는 5G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버스가 시범 운행되고 있다.
4.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년)
영화 '킹스맨'에서는 전 세계에 포진돼있는 비밀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모인 게 아니다.
이는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마주 앉은 것처럼 원격회의를 한 것으로, 현재 사용하는 화상회의보다 더 발전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와 해리(콜린 퍼스 분)가 비밀 장소로 입장하던 때, 해리는 손바닥의 지문 인식으로 숨겨진 문을 열기도 한다.
5. '레디 플레이어 원' (2018년)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VR)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그린다.
'오아시스'라는 VR 게임이 인기를 끄는 미래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모험을 펼친다.
가상현실에서 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다양성을 존중받고 무엇이든 함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위 영화들이 보여준 우리의 삶은 극히 단편적인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5G 기술은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와 있다.
영화를 통해서만 그려볼 수 있던 일들을 점차 실제로 구현시켜주는 5G 네트워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5G 기술은 우리의 삶에 즐겁고 놀라운 변화를 선물하리라.
5G가 완전히 상용화되는 그 날, 당신이 어디에 있건, 대한민국 곳곳에서 5G를 만나게 되는 그런 날이 무척 기대되고 또 기다려진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