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세계 최고 기업 삼성전자 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일부가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삼성은 이를 묵인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들을 돕는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909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고(故) 황유미 씨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투병 중인 노동자와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유미씨가 숨진 지 11년이 지났지만 삼성은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커녕 병의 원인을 밝힐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삼성전자에 작업장 환경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지난 2일 JTBC는 삼성 디스플레이공장에서 3년 동안 일했다가 '희귀암'에 걸린 김모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2005년 삼성 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에서 3년간 근무한 김씨의 업무는 LCD에 사용되는 접착제를 만들어 병에 담는 일이었다.
김씨는 아세톤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작업장에서 일하며 지속해서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던 김씨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2008년 9월 퇴사했다.
김씨는 결국 만 서른 살이 되던 지난해 혈액암의 일종인 이름도 생소한 비호지킨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삼성으로부터 발암물질과 작업장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측은 삼성이 공장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호장구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안전 교육도 제공하지 않아 희귀병 발병 책임이 삼성 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에 따르면 김씨처럼 이렇게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들 320명이다.
이 중 11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반도체·LCD 쪽에서 발생한 사망자만 80명이다.
그러나 오늘도 삼성전자는 묵묵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