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후쿠시마는 안전해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도 문제없답니다. 우리 모두 먹어서 도웁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이미지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 더 나아가 '방사능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먹어서 응원하자!(食べて応援しよう!)'라는 퍼포먼스도 그 일환이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 현상인 '집단주의'를 자극해 소비를 촉진하고, 국외에서는 일본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정치적 술수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제로 과거 후쿠시마의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수돗물 마시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직접 후쿠시마의 물을 시음한 일본 정치인. 그는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마치 사약을 마시는 사람처럼 말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개인이 직접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이를 공유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신설했다.
오로지 방사능 관련 정보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가 방사능과 관련된 진실을 통제하고 사실을 왜곡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일본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어디 일본인들만의 문제겠는가. 전 세계가 방사능의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방사능 문제를 축소시키고 "이제 안전하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후쿠시마현 지사 우치보리 마사오는 유럽을 방문해 현지 무역회사와 후쿠시마산 쌀의 프랑스 수출에 대해 합의를 나눴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해 후쿠시마산 쌀, 축산물, 과일 등의 홍보행사를 진행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발 벗고 나섰다.
아베는 과거 국회에서 "총리 관저에서는 매일 후쿠시마산 쌀을 먹고 있다. 우유와 같은 유제품도 먹는다"라며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도 없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의 대처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 지역은 방사능 피폭과 고선량 방사선 누출, 방사성 낙진으로 폐허가 된 후 완전히 폐쇄돼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당시 일본 정부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식품이 위험하다". 일본 정부의 태도였다.
일본은 유럽산 농수산물, 식품 등이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하면서 모든 제품의 수입을 규제했다. '이탈리아산 파스타'까지 수입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같은 사실은 일본의 만화 '맛의 달인'에서도 언급된다. 또한 해당 작품에서는 후쿠시마 지역을 방문했던 인물이 코피를 쏟는 모습까지 그려졌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아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그렇게 좋다면 왜 자국에서 소비하지 않고 수출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