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조원을 투자해 진행하려던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6일 하남 미사지구 자족시설용지 4개 블록 2만1천422㎡를 972억200만원에 낙찰 받았고 30일 LH와 부지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정가의 반대 여론에 막혀 신세계그룹과 LH는 부지 계약을 연기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설명회 등을 열어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동의를 얻어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8일 하남 부지와 관련해 "세상에 없던,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센터를 만들 계획"이라며 "30층 아파트 높이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예술성을 겸비한 건물로 짓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물류센터라기보다는 온라인 사업의 심장부로 상품 배송뿐만 아니라 이번에 분사하는 SSG닷컴의 핵심 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에서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신세계그룹은 이 투자금의 상당액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이 별도로 운영한 온라인 사업부를 SSG닷컴으로 통합하는데 사용, 하남 부지에 본사와 물류센터 등을 갖춘 온라인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수봉 하남시장이 온라인센터 건립 불가 입장을 밝혔고, 하남 지역구의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LH 측에 반대 의사를 전했다.
또 지역 주민들도 온라인센터가 구축되면 교통체증과 안전·환경 문제 등으로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결국 정용진 부회장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은 부지 매입 계약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그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하남 온라인센터는 단순한 물류센터가 아니고 온라인기업 본사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논란이 있는 만큼 계약을 강행하기보다는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해 오해를 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물류센터 건립 계획이 좌초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월에도 온라인 물류센터를 위해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의 5천평 부지(자족시설용지)를 매입했으나 주민 반발로 4개월 만에 계약을 철회했다.
당시 주민들은 주거 환경 침해, 교통 대란, 교육 환경 침해 등을 주장하며 대형 물류센터 건립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