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홈플러스 위층만 골라 '노브랜드' 매장 문 여는 신세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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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주도 하에 만들어진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의 슬로건이다.


2015년 4월 첫 출시 당시만 해도 이마트에서 변기 시트, 물티슈, 감자칩, 세제 등을 팔았던 노브랜드는 2018년 현재 전국 110여개 매장(2016년 8월 첫 출점)을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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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 범위도 상당히 넓다.


생활용품부터 가공식품, 전자제품까지 웬만한 대형마트를 방불케 하는 상품 구성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 모든 건 유통업계 거대 공룡 이마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노브랜드 자체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고·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동종 제품들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췄고 노브랜드 TV와 같은 실속형 제품으로 고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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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통업계 1위 이마트를 등에 업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홍보했다는 점, 신세계그룹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매장수를 늘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브랜드가 '혼자의 힘'으로 고성장을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가운데 최근 노브랜드는 경쟁사 및 자사 가맹점이 입점된 건물에 매장을 오픈하며 업계 상도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브랜드의 공격적인 몸집 키우기로 인해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스퀘어원' 입점 추진이다.


스퀘어원에는 현재 이마트 경쟁사인 홈플러스가 입점(지하 1층) 중인 상태다. 그리고 스퀘어원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이마트 연수점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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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브랜드는 이마트 연수점이 아닌 굳이 홈플러스가 있는 스퀴어원에 입점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분명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다.


더 큰 문제는 노브랜드가 경쟁사가 입점된 건물에 동시에 입점 또는 입점을 추진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노브랜드는 지난해 11월 대전 동구 가오동에 위치한 쇼핑몰 '패션아일랜드' 2층에 20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는데 이 건물 지하 1층에도 홈플러스가 입점해 6년째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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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매장이 노브랜드 물품만을 취급하는 곳이기는 하나 일부 품목(냉동·가공·신선식품)에선 홈플러스와 상품군이 겹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노브랜드가 입점한 직후 '오픈빨'로 인해 약 20일 동안 매출이 9% 감소했다.


노브랜드는 또 올해 1월엔 교대역 인근의 한 쇼핑몰에 입점했는데 이 건물 역시 롯데슈퍼 서초점이 입점하고 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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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울산의 쇼핑몰 '신선도원몰'에서도 메가마트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 


메가마트는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영업 중이었고 노브랜드는 최근 3층에 입점해 영업 중이다.


이처럼 노브랜드는 업계 상도는 무시한 채 무분별한 입점을 하거나,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라고는 볼 수 없는 '비열한 꼼수'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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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브랜드는 "업태가 다르기 때문에 상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반박할 것이다.


고객들이 노브랜드도 '대형마트'로 인식하고 있고 있다는 점과 경쟁사들이 "업계 상도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행태는 정용진 부회장의 꼼수로 느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이 말한다.


"경쟁사가 있는 건물에도 입점하는 지금의 무차별적인 확장은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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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경쟁사가 이미 개척한 상권에 숟가락을 얹는 노브랜드의 행태는 '생태계 파괴자'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유통 시장에서의 자멸을 초래할 것이다. 똑똑한 고객들은 어떤 업체가 '비열한 짓'을 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형 유통업체의 과열 경쟁', '갑질 횡포', '일감 몰아주기'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노브랜드의 꼼수를 향해 서늘한 칼날을 겨눌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공정위는 조만간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포함한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유통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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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노브랜드가 공정한 경쟁과 윤리 준수를 통해 업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길 바란다. 


이와 더불어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강구해 상생을 주도하는 건강한 업체가 되길 촉구한다.


업계 1위인 이마트가 '1위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국내 유통시장의 건강한 발전은 아득히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