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돼지고기 + 콜라 = 구더기.
과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영상이 있었다. 해당 영상에서는 생돼지고기에 콜라를 들이붓고 경과에 따라 관찰하는 실험이 다뤄졌다.
실험을 진행한 남성은 일정한 크기의 그릇에 돼지고기 두 덩어리를 올려놓고 콜라를 부었다.
이후 2시간이 지나고 상태를 살펴봤다. 그러자 돼지고기에서 약 1.5cm 크기의 하얀색 구더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누리꾼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돼지고기를 잘 익혀 먹지 않으면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말 살아 있는 구더기, 기생충을 눈으로 목격하지는 못했으니.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돼지고기를 더이상 먹지 못 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면서 해당 영상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에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상에서처럼 살아 있는 구더기가 꿈틀거리며 발견되는 경우는 없으며,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조작된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팩트 체크 전문 사이트인 스놉스닷컴(Snopes.com)에서도 해당 영상이 조작됐으며 사실이 아닌 거짓이라고 판명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조작 영상을 제작했을까. 단순히 관심을 끌려던 것이었을까.
영상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그 맥락을 엿볼 수 있다.
문구에는 "that's prove why pork is forbidden in islam(이슬람 문화에서 돼지고기가 금지된 이유가 밝혀졌다)"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이슬람 문화에서는 돼지를 불결하고 더러운 동물로 여기며,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시된다.
이러한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점차 세계화가 진행되며 시장이 개방되고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돼지고기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슬람계에서는 문화적 붕괴 현상을 막고 무슬림들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도록 해당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당 영상은 과장, 조작된 영상이지만 돼지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지 않으면 기생충 감염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질병 예방센터(CDC)는 돼지고기를 잘 익혀 먹도록 권고하며, 그렇지 않으면 기생충 질환(주혈원충병, 유구조충증, 섬모충증 등)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 7일에는 한 중국 남성이 덜 익은 돼지고기를 먹었다가 신경낭미충증에 걸려 뇌 수술을 받았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