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일본이 조선인 위안부를 잔인하게 학살한 영상이 공개되며 위안부 문제가 또 한 번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3.1절 99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콘퍼런스'에서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 속 조선인 위안부 여성들은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관이나 천에 싸는 등 기본적인 존엄도 갖추지 못한 채로 흙구덩이 속에 던져진 모습이었다.
충격적인 현장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다시 한번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며 눈물 흘려야 했다.
건국 99년을 맞이했고, 일제 침략에서도 1945년 해방되었지만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우리의 슬픈 역사 위안부.
위안부 관련 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깊은 아픔을 담아내기 위해 위안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밝힌 '위안부' 연기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배우들이 밝힌 고충을 정리해봤다.
1. 김향기 '눈길'
일제 강점기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종분' 역을 연기한 김향기는 감정적인 부분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김향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 과거의 아픔을 지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그리고 책임감을 느꼈기에 이번 작품을 택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위안부 소재 영화인 만큼 조심스럽고 신경 쓸 부분도 많았다며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김향기는 "소녀들의 마음을 내가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물론 어렵고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 강하나 '귀향'
강하나는 "소녀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위안소 세트장 안에서 들려올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제일교포 4세인 그녀는 2015년 영화 '귀향'에 이어 2017년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다시 한번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기 때문에 귀향 개봉 당시 신상이 털려 곤욕을 치르기도 한 강하나는 그런데도 영화에 출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해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하나는 "(소녀들의) 억울함과 슬픔의 깊이를 내가 잘 형상화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강하나는 "빨리 할머니들이 원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이 행복하게 웃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 김새론 '눈길'
김새론은 추운 겨울에 촬영이 이어져 세밀한 감정 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학교 3학년의 어린 나이에 위안부를 연기한 김새론은 "영화를 네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울었다. 내가 연기를 했음에도 또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나고 눈물이 계속 났다"고 먹먹한 소감을 털어놨다.
김새론은 "추운 겨울에 세밀한 감정을 연기하는 부분이 힘들었다"며 "'위안부 피해자분들은 지금의 촬영 현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춥고 힘들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추운지도 몰랐다. 감히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4. 이정현 '군함도'
이정현은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몸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 온 조선인 말년 역을 맡은 이정현은 일본인에게 받는 갖은 억압, 폭행에도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강인한 조선 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그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약 7kg 몸무게를 감량한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43kg 정도 나가는데 36.5kg까지 감량했다"고 밝힌 이정현은 "밥을 못 먹어 굉장히 마른 피해자분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다큐를 보고 살을 빼면 좀 더 아픔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살을 뺐다"고 고백했다.
5. 조안 '소리굽쇠'
조안은 출연 전에 할머니들께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고민했다고 밝혔다.
영화 '소리굽쇠'는 국내 최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재 극영화로 배우 조안은 출연료 없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시나리오부터 너무 슬펐다는 조안은 "출연 결정하기 전엔 걱정과 함께 부담감이 있었었다"며 "자칫 잘못하면 할머니들께 두 번의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걱정스러움 내비치기도 했다.
조안은 "내 앞에서 '나 정말 아팠어'라고 이야기하셨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아직도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면 힘들어하신다. 영화를 통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