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비 기자 = 술 마시고 다음 날 어김없이 나를 괴롭히는 지독한 숙취.
괴롭게만 느껴지는 숙취가 알고 보면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일 수도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숙취가 심해지는 게 알코올 중독을 막기 위한 유전자 변화의 일종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연구진은 2008~2015년 사이에 실행된 1000 게놈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됐다.
해당 데이터에서 4개 대륙 2,500명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연구진은 관찰을 통해 여러 집단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화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총 5개의 유전적 변화를 찾아냈으며, 그중 하나는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와 관련이 있었다.
ADH 유전자는 알코올을 분해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만들고,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는 이를 물로 분해한다.
ADH 유전자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변한 것이 관찰됐다.
변화가 일어난 ADH 유전자는 술을 섭취했을 때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축적해 숙취가 심하게 일어나도록 하는 작용을 했다.
연구를 이끈 벤자민 보이트(Benjamin Voight)는 "이런 유전자 변이는 알코올 섭취가 많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술을 마시면 몸을 아프게 만들어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려는 우리 몸의 진화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생했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