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놀이공원, 체코 세들렉 납골당, 일본 아오키가하라 숲, 토고 동물 부적 시장, 멕시코 인형의 섬, 일본 군함도와 함께 2012년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뽑힌 한국의 '곤지암 정신병원'.
이 병원은 무시무시한(?) 소문이 무성한 곳으로, 공포체험 마니아들이 죽기 전 꼭 도전해야 할 명소로 꼽힌다.
많은 이들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곤지암 괴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섬뜩해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는 호기심이 발동해 더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분명 있다.
이 같은 공포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2007년 공포물 '기담'을 연출해 큰 사랑을 받았던 정범식 감독이 나섰다.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무서운 역대급 공포영화를 만들어 냈다. 영화 '곤지암'은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린다.
관객이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에 있는 듯한 생생한 공포감을 만끽할 수 있게 만든 '체험 공포 영화'라 웬만한 강심장도 보는 내내 '꺅' 소리를 지르게 된다.
'곤지암'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증명해주듯 해당 영화 티저 예고편은 공개 6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같은 날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도 '곤지암'이 장악했다.
영화 '곤지암'이 공포 영화 마니아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극강의 공포 영화라는 증거를 소개한다. 대부분 감독이 관객들을 놀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준비한 것들이니 해당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차근차근 살펴보자.
1. 체험 공포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극장이 곧 곤지암 정신병원이 된다. 모든 관객들은 극장을 곤지암 정신병원이라고 착각하게 될 것이다.
정범식 감독은 블로그, 유튜브 등에 퍼진 곤지암 관련 자료를 확인, 실제 장소와 비슷한 곳을 찾기 위해 무려 2달간 전국의 흉가와 폐가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부산광역시 영도에 있는 폐교 '해사고등학교'를 찾아내, 미술팀 감독과 함께 으스스 한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정 감독과 미술팀은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주기 위해 곤지암 정신병원에 있는 벽의 낙서까지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은 또 관객이 실제 끔찍한 곤지암 정신병원을 헤매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려 연기하는 배우들의 몸에 카메라를 달아 촬영하게 만들었다.
배우 1인당 3대의 카메라를 기본으로 장착해 영화를 찍은 만큼 관객들은 배우들의 동선에 따라 곤지암 정신병원 내부를 1인칭 시점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는 '체험 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로, 관객들의 엄청난 집중력을 이끌어 내 더욱 짜릿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2. 인위적인 배경음악과 효과음 과감히 생략
공포 영화에 나오는 어둡고 과장된 음악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곧 '무서운 장면'이 등장한다는 예고로 볼 수 있어 김빠지게 하기도 한다.
정 감독은 '체험 공포'라는 테마를 확실히 살려주기 위해 인위적인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과감히 생략했다.
대신 물 떨어지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탁구공 소리 등 현장음과 배우들이 움직이는 소리, 호흡소리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정 감독은 21일 용산 CGV에서 열린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관객들은 사소한 소리들이 음악보다 더욱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놀이동산에서 비명 지르듯이 신나게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3. 영화 출연 경험이 전무한 신인 배우 발탁
정 감독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영화 경험이 전무한 신인 배우들을 주연 배우로 발탁했다.
유명 배우일 경우, 캐릭터 자체로 바라보기보다는 그 인물의 전 작품을 떠올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관객이 연예인이나 배우로 봐주기 보다는 공포 체험단 그 자체로 봐주길 바랐다.
그리고 정 감독은 배우들도 자연스레 연기할 수 있도록 극중 이름을 배우들의 이름으로 바꿨다.
영화 속에는 하준, 지현, 아연, 성훈, 제윤, 샬롯이 나오는데 모든 인물이 배우의 진짜 이름이다.
샬롯은 문예원 배우인데, 교포 출신이라는 영화 속 설정 때문에 문예원 배우의 실제 영어 이름인 '샬롯'을 사용하게 했다.
3월에 개봉되는 영화 '곤지암'은 괴담보다 무서운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졌다.
영화는 1979년 환자 42명이 집단 자살하고 병원장이 갑자기 실종돼 폐원한 '허구'의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공포 체험단이 원장실, 집단 치료실, 실험실, 열리지 않는 402호 등을 방문한 후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공포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