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생명체에게 삶의 목적은 단 하나다. 오로지 시간을 얻는 것이다.
시간은 곧 늙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모든 세포의 존재 의미이자 목적일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생명체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영생 혹은 번식.
서식 환경이 나쁘거나 영양 공급이 불충분할 때 우리는 영생, 즉 자급자족의 삶을 택한다.
반면 환경이 좋으면 번식을 선택한다. 개체가 운명을 다한 후에도 그 능력과 지식은 다음 세대에게 전달돼 궁극적으로 시간을 얻는다.
번식을 위해서는 자(雌)와 웅(雄)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그 섭리를 거스르는 돌연변이 종이 발견돼 학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스스로 번식하는 돌연변이 개체인 대리석무늬가재(Marmorkrebs)를 소개했다.
이 개체가 최초로 발견된 시기는 지난 1980년대다. 독일에서 연구를 진행하면 생물학자 프랭크 라이코(Frank Lyko)는 대리석무늬가재의 독특한 번식 방법에 주목했다.
체외수정을 하며 새끼를 낳는 이 가재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짝짓기 없이도 개체 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심층 연구를 진행했고, 프랭크 박사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 가재는 종 자체에서 암수의 구분이 따로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모든 개체가 번식이 가능한 암컷이었다.
한 마리만으로도 수정과 번식이 가능했고, 개체는 오로지 암컷으로만 태어났다는 것이다.
더욱 정확한 실험 결과를 위해 연구진은 성체 가재와 새끼 가재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성체와 새끼 가재의 유전자가 완벽하게 일치했다.
프랭크 박사는 "암수 구분이 없고 처녀생식이 가능한 개체는 십각목 중 처음 발견됐다"라며 "새로운 개체가 발견된 것이 아닌 일종의 돌연변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번식이 가능해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어 기존 생태계를 교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계 교란을 우려해 대리석무늬가재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