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다가오는 설 명절에 제사 음식을 만들라는 남자친구 부모님의 말에 결국 이별을 결심했다는 30대 여성의 글이 이목을 끌었다.
지난 9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만난 지 80여 일 된 남자친구와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던 여성이 '제사 음식' 때문에 헤어지게 된 솔직한 사연을 공개했다.
올해 서른 살이 된 글쓴이 A씨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했지만 예비 시부모님과의 '마찰'로 인해 불과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결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체 어떤 사연이길래 연애 초기인 두 남녀가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됐을까.
A씨는 그동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연애를 했다고 자신의 지난 시절을 소개했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결혼 이후에 시댁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자주 봤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던 것.
그런데 연하의 남자친구를 만난 뒤에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선입견이 달라져 서로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깊은 사이가 됐다고 한다.
문제는 만난지 80여 일 지난 '새내기 커플'인데 남친 부모님이 결혼을 너무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친의 아버지를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식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 곤란한 일이 벌어졌다.
설 명절을 앞두고 남자친구가 뜬금없이 연휴에 자신의 집으로 와서 같이 음식을 만들자고 '황당한 말'을 꺼냈다.
남친은 A씨에게 "이번 명절 전날에 우리 집에 음식 하러 올 수 있냐"고 A씨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예비 시댁에 와서 제사 준비를 하라는 말이었다. 남친 아버지가 '예비 며느리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던 모양이었다.
A씨는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들어왔던 시댁과의 문제가 자신에게도 그대로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A씨는 "남친의 부모님이 제사 음식을 만드는 집안일에 참여하라고 지시해 너무 불쾌했다"며 "결혼 날짜라도 잡았으면 몰라도 연애 80여 일 지났는데 벌써 며느리로 부리고 싶었던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A씨는 남친의 아버지가 "우리 집안에는 친척도 많고 제사도 자주 있고 집안 대소사가 많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도 떠올랐다고 한다.
결혼이 집안과 집안이 맺어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며느리가 되기 전부터 일부터 시킬 생각을 하는 그집안 분위기에 이별을 결심했다고 A씨는 푸념했다.
남자친구는 A씨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면서 "네가 오해했다"고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다시 만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근황을 전했다.
해당 게시글은 공개된 이후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100여 건의 추천을 기록하는 등 젊은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유리 기자 yuri@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