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영화 '숨바꼭질'을 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는 표시가 있다.
바로 초인종 옆에 그려진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각각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성별과 나이를 뜻하는 표시다.
네모는 성인 남성, 동그라미는 성인 여성, 세모는 어린이들을 뜻한다.
영화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두려움"이라고 밝히며 영화의 제작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현실에서 발생한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해 제작된 스릴러 영화다.
정말 실화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던 것일까.
지난 2009년부터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표시를 발견했다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불안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하나둘 현관문이나 초인종 근처를 살펴봤고, 실제로 의문의 표시를 발견한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해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 표시가 어떤 의미인지, 누가 그 표시를 그렸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온라인에서는 그 표시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한 주장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주장에 따르면 α(알파)는 남자, β(베타)는 여자, X 표시는 혼자 있는 것을 목격한 횟수 혹은 거주하는 사람의 수를 뜻한다.
물론 정황상 추정한 것일 뿐, 아무것도 확인된 바는 없었다.
영화 '숨바꼭질' 개봉 직후 일명 '초인종 괴담'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됐고, 다수의 방송 매체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같은 괴담은 비단 우리나라만 해당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범죄조직이 특정 기호를 은어처럼 사용해 대문이나 벽 등에 표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012년 벨기에 현지 매체는 도둑들이 사전 정찰이나 침입을 통해 정보를 파악한 후 "여자 혼자 산다", "현금이 많다", "곧 털 예정" 등을 뜻하는 표시를 그려 넣었다고 보도했다.
'초인종 괴담'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게 됐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미 매스미디어를 통해 자신들만의 은어가 드러난 상황에서, 범죄조직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즉, 지금도 누군가가 당신을 표적으로 삼고 일상을 훔쳐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