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동극 기자 = 교통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소방관 부부의 청원에 청와대가 응답하게 됐다.
1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전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가해자의 만행과 도로교통법의 허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참여 인원 20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 내용의 골자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로 적용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앞서 청원인은 지난해 10월 16일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당시 6살 난 딸을 잃었다.
엄마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딸이 돌진해오는 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이 사고로 청원인의 아내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가해자는 사고 이후 큰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어린아이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도 사고 며칠 후 비행기를 타고 가족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킥보드를 타고 놀던 어린아이가 차에 치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6살이었던 아이는 퇴원 이후에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 정도로 심각한 뇌 손상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사고 현장이 '아파트 단지'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명백한 교통사고이며 가해자의 과실이 확실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 현 도로교통법의 현실이다.
청원인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사유지의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다시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법안 개정을 청원했다.
이어 "저희 가족은 지켜주지도 못하는 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해자의 만행을 알려 우리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은 존재하지 않도록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 동참한 참여인들은 "아이를 키우는 같은 입장에서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잘못된 법규는 고치고 손봐야 한다" 등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답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1일 오전 기준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돌파했고, 이에 따라 관련 부처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마련해 응답할 전망이다.
한편 청원인과 그 아내 두 부부 모두 대전에서 십여 년 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동극 기자 donggeu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