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죄송했습니다"
'악동' 이천수가 머나먼 스페인 땅에서 고개를 숙였다. 15년 전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과였다.
지난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Shoot for Love'에는 슛포러브 멤버 바밤바, 매니저와 함께 스페인을 찾은 이천수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천수는 지난 2003년 레알 소시에다드에 입단하며 한국 최초의 라 리가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스페인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천수가 레알 소시에다드 입단식 때 실언을 했기 때문.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여기서 잘 해 레알 마드리드로 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생 한 팀에만 충성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는 유럽 축구 팬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특히 레알 소시에다드가 역사적·정치적 이유로 레알 마드리드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더욱 위험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이천수는 입단 초기부터 소속팀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후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최약체 누만시아로 임대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던 그는 결국 2005년 울산 현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날 이천수는 기자회견장에 앉은 후 "죄송했습니다"라며 15년 전 일을 공식 사과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레알 소시에다드는 이천수와의 추억을 남겨둬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경기장 벽에는 지난 2003년 9월 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나섰을 때 사진이 걸려 있었다.
또 레알 소시에다드 팬들은 "리춘수!"를 외치며 그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이천수는 "사람들이 좀 많이 알아주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면서 "기분도 좋고 감사한 마음이다"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현재 그는 '이천수의 근본투어'라는 이름으로 스페인을 방문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레알 소시에다드 레전드 선수와의 만남이 이뤄질 예정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