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토)

직원들 마라톤 동호회 가입 강요하고 퇴근 후 훈련시킨 한국 회사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직장 내 위계를 이용해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강요하는 직장 갑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30일 MBC는 사원들에게 업무와 무관한 마라톤 연습을 강요해 온 한 중견 생활가전 회사의 갑질에 대해 보도했다.


대부분 40대 이상인 이 회사의 지국 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과 토요일 새벽마다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보도된 영상에서 이들은 어둠이 내린 잠실 주경기장에 모여 10여분간 형식적인 몸풀기와 달리기를 한 후 회사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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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간부들이 포함돼 있는 SNS 대화방에 인증사진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연습 뒤에는 보고를 통해 누가 참석했고 누가 빠졌는지 세세한 공유가 이뤄졌다.


이들은 간부들의 눈치를 보느라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나 장맛비와 천둥 번개가 몰려온 한여름에도 무조건 나가 연습을 해야만 했다.


이 회사의 수도권 지국 직원 210여명 중 마라톤 동호회 가입률은 무려 70퍼센트가 넘는다. 열명 중 일곱명 이상의 취미가 마라톤인 셈이다.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은 사원들은 미움을 받을뿐더러 회원 수가 적어지면 동호회 임원에게 압박이 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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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많은 사원들이 달리기를 싫어해도 마라톤 동호회에 억지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훈련 참석률이 낮으면 제재도 들어온다. 마라톤 동호회는 수도권 5개 지부로 나뉘어 있는데 열성을 보이지 않는 지부는 집에서 먼 훈련장으로 보내 특별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퇴근 뒤 마라톤 연습을 위해 두 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징계를 받는 것이다.


이들은 매년 5번 이상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야 하고 대회 참가 비용과 동계 훈련 합숙까지 해야 했다. 비용은 모두 직원들 부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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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회사 측은 회식 문화를 없애고 운동을 장려하면서 마라톤 동호회를 활성화시킨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단주의를 주입하고 대회에 단체 출전시켜 회사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 사생활을 빼앗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업무와 무관한 일을 강요하는 직장 갑질 문화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에는 최근 석 달간 1,2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이 10년째 진행하는 신입 행원 연수 프로그램에 100km 행군이 포함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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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마치 군대를 연상케 하는 극기 훈련 프로그램이 연수에 포함된 것이다.


은행 측은 여자 직원들만 따로 불러 "행군 날 생리주기가 겹치면 힘들 것 같아 피임약을 준비했으니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박점규 직장갑질119 위원은 "그런 잡무를 시킨다는 것은 위법한 일이라는 것을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들도 그런 일이 결국 회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3년 전부터 100km 행군 위해 신입 여직원에 피임약 지급했다"KB국민은행이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10년 넘게 100km 행군 프로그램을 진행해 '군대식 문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간호사에게 아이돌 춤 강요하며 '장기자랑' 시킨 대구가톨릭대 병원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에서도 간호사에게 강제로 장기자랑을 시켰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