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3일(월)

손님 없어 힘들어하는 사장님 위해 월세 반으로 깎아준 '갓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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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인터뷰 대한민국-1998년 IMF生'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모두 자기 살기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함께 나누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건물주'가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EBS 특집 다큐멘터리 '인터뷰 대한민국-1998년 IMF生' 2부에서는 부의 양극화 시대에서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시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포항의 한 골목 어귀에서 20년 째 어구 가게를 하고 있는 심보경(61) 씨는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했던 2015년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5월에 불어닥친 메르스 전염으로 전통시장 방문객과 매출액은 50~80% 감소했고, 심씨도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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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EBS '인터뷰 대한민국-1998년 IMF生' 


손님은 없는데 세는 다달이 내야 하니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때 건물주로부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문자에는 "요즘 메르스 여파로 힘드시죠. 사장님 고통을 분담하겠습니다. 6월 한 달 월세는 반만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심씨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다음 달에도 건물주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면 7월 역시 월세를 반만 받았다.


심씨는 "뉴스에서 서울 같은 데만 해주는 줄 알았더니 포항에도 근엄한 주인이 세를 반으로 달라고 하더라. 얼마나 고마운지. 그런 분이 어디 있느냐"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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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구가게 사장님에게 월세를 반만 받겠다고 먼저 손을 내민 '건물주'는 전문 임대업자가 아닌 평범한 식당 사장님이었다.


올해 58세인 권오만 씨는 두 달이나 세를 깎아준 이유를 묻자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 때 형님과 함께 월세방에 살았다는 권씨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서서 용변을 보다가 소변이 튀어 집주인에게 크게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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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트라우마 때문에 권씨는 지금까지도 앉아서 볼일을 본다고 했다. 월세를 낼 때마다 꼭 부자들에게 돈을 뺏기는 기분이었다는 권씨. 


그 마음을 잘 알기에 권씨는 임대료를 받는 건물주가 된 후 누구보다 세입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대출 이자를 내야하는 등 권씨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적 월세살이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세입자들과 고통을 분담하기로 자청했다.


권씨는 "세입자들이 더 힘든 데 겨우 두 달 할인으로 칭찬받는 것이 죄송하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연합뉴스, (우) GettyimageBank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사는 사람은 비단 권씨 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대구 북구 매천동의 건물주 최모(65)씨가 장사 안 돼 힘들어하는 세입자 14명을 위해 6개월간 월세를 받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최씨가 세입자들에게 받지 않겠다고 한 월세는 무려 1억원이 넘는다.


세입자들이 고마운 마음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상품권을 선물하자 최씨는 이마저도 건물을 단장하고 세입자들이 부담하는 도로점용료를 대신 내주는 데 사용했다.


최씨 역시 "힘든 시기에 이들에게 돈이 아니라 용기를 준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옮겼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장사안돼 힘들어하는 세입자 위해 6개월간 월세 안받는 '갓물주'한 60대 건물주가 어려운 경기로 힘들어하는 세입자들을 위해 6개월간 월세를 안받겠다고 통보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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