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우리나라 연구진이 희소 난치병인 '모야모야병'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그동안 모야모야병으로 고통받았던 소아 환자들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하루빨리 치료제 개발이 성공하길 기대하고 있다.
29일 서울대어린이병원 김승기(소아신경외과) 교수팀은 모야모야병 환자 체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일본말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양'이라는 뜻인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혈관들이 생겨나는 질환이다.
주로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걸리고, 국내에서만 1년에 100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간 원인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진행을 막는 약물 치료법 또한 없다.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것뿐이다. 모야모야병의 치료가 늦어지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모야모야병 환자와 일반인 각각 5명의 혈액을 채취해서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비교, 분석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을 생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모야모야병 환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모양과 기능이 일반인과 달랐으며, 산소 소비 기능이 매우 떨어졌다.
연구진은 그러한 환자 세포에 항산화 물질을 투여해봤다. 그 결과 환자의 미토콘드리아 형태가 정상적으로 바뀌었으며 세포 기능이 회복됐다.
연구에 참여한 최정원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나타난 각종 이상 증세가 모야모야병 발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승기 소아신경외과 교수 또한 덧붙여 "이번 연구가 향후 모야모야병의 치료제 개발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혈액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모야모야병 진단 도구를 개발해냈다. 이는 국내 특허로 등록됐다.
참고로 연구팀이 속한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지난해 1월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모야모야병 어린이 수술 1000건을 넘어선 바 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