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흰 우유부터 초코 우유, 딸기 우유 그리고 우유가 들어간 커피인 라떼까지.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고, 음료에 첨가하면 풍미를 한층 더해주는 우유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음료다.
그런데 유독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유만 마시면 배탈이 나거나 배가 더부룩하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며 통증을 호소한다.
전문 의학용어로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사실 병이 아니다. 즉, 이상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유를 마시고 배가 아픈 이유는 우유에 포함된 락토스(젖당)를 소화시키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젖을 먹는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락타아제를 지니고 태어나며, 어린 시절에는 락타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가 활발히 활동한다.
이후 모유를 떼고 음식을 섭취하면서 락타아제가 점차 줄어들게 된다.
완전히 성장하면 락타아제를 만드는 유전자는 활동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락타아제 결핍으로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은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성인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특히나 유럽의 스웨덴, 덴마크 그리고 중동지역에 밀집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집중해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지역의 문화적 특색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과거 목축업, 낙농업이 발달했던 지역에서 유당분해효소결핍증을 호소하는 인구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우유를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후천적으로 우유를 잘 마실 수 있는 능력을 지니도록 유전적 변화를 겪어왔음을 시사한다.
또한 유전학 전문가들은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의 락타아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목축업, 낙농업과 같은 문화가 발달하면서 유전자 돌연변이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오히려 우유를 잘 마시는 사람들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